"대통령 판단 존중"… 윤석열 탈당엔 신중 기조 유지"결단의 시간" … 친윤파 내에서도 자진탈당 목소리
  •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정상윤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정상윤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요구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거리를 뒀다. 윤 전 대통령의 거취는 대선 막판까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윤석열 리스크'가 표 확장의 걸림돌로 지목되며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자진 탈당을 촉구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한 입장을 다시 밝혔다. 지난 12일 방송 인터뷰에 이어 공식 석상에서 재차 사과한 것이다. 김 후보는 "저는 유신 시절과 5공화국 계엄 확대 과정에서 학교에서 쫓겨나고 삼청교육대 대상이 되기도 했다"며 "설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권한이라 해도, 경찰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오기 전까지는 계엄권을 발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알았더라면 계엄이 불가한 이유를 조목조목 말씀드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사과는 '12·3 계엄'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이자, 중도 확장을 위한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지난 13일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계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이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개로, 김 후보의 대선 전략에 있어 또 다른 핵심 변수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요구에 대해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도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그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거나 요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정리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보수 전략가들은 김 후보의 지지율이 40%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명확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탈당 요구는 주로 친한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SNS를 통해 "불법 계엄 방관과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을 통해 당과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끌려내려지기 전에 스스로 퇴장하는 것이 좋다"며 "그렇지 않으면 강제 퇴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 캠프의 김행 시민사회총괄단장은 "보수 통합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희생적 자진 탈당이 필요하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선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나를 밟고 가라’는 희생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출당은 보수 강성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는 방식이 당에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과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헌재 앞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보수 유튜버이자 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도 "윤 전 대통령이 대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진 탈당이 오히려 김문수 후보에게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흐름대로 가면 선거 구도가 고착돼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이 판을 뒤흔드는 카드가 될 수 있으며, 그의 지지층이 자연스럽게 김 후보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SNS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강요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탈당을 둘러싼 공방은 오히려 편가르기로 비칠 수 있으며, 여론전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자진해서 당을 떠날 경우, 김문수 후보는 보수 통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동시에 중도 확장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의 분열 이미지를 걷어내고 전선을 재정비하는 데 있어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은 상징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명분 있는 편이 확장력을 가지는 시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