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홍준표, 3시간 끝장 토론비상계엄 책임론 두고 날 선 공방"사사건건 尹에 깐족" "尹 옆에서 아부"
  • ▲ 홍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1:1 맞수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정상윤 기자
    ▲ 홍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1:1 맞수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정상윤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1대1 맞수토론에서 한동훈·홍준표 경선 후보가 격돌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 모병제, 자체 핵무장론, 사형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충돌했다. 하지만 당선 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막으려면 우파 빅텐트를 통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뜻을 함께 했다.

    두 후보는 25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3시간가량 '마라톤' 맞수토론을 했다. 두 후보는 서로를 토론 상대로 지목하면서 주도권을 한 번씩 주고받았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과거 논란이 된 발언을 끄집어냈다. 한 후보는 "보수에 대해 국민이 바라는 건 말의 품격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막집 주모',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 등 홍 후보의 발언을 재소환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를 보면 정치 오래 한다고 품격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 후보는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홍 후보는 "그렇게 물으니까 깐족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책을 물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겉으로 품격 있는 척하고 뒤로 엉뚱한 짓하니까 지금 나라가 개판이 된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그러자 한 후보가 '깐족' 표현을 문제 삼으며 "그런 표현 쓰시면 안 된다.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막말들이 깐족거리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대선 공약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도 두 후보는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는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홍 후보가 과거에는 모병제를 반대한 점을 파고들며 "7년 전과 왜 바뀌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는 "모병제·징병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철학적인 문제"라며 "국민한테 영향을 주는 만큼 입장이 바뀐 데 대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가 "남북 관계가 얼마나 변했나. 징병제를 충당할 만한 자원이 있나"라고 응수하자, 한 후보는 "모병제를 섣불리 도입하면 없는 집에서만 군대를 간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라트비아나 대만 등은 징병제 대신 모병제 전환을 시도했다가 다시 상황이 어려워져 징병제로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후보는 "그건 강남 좌파들 생각"이라며 "최태원 딸도 군대에 갔다. 거긴 없는 집안의 딸이냐. 젊은이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반격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입장 차를 보였다. 한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지난해 12월 3일 당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을 것이냐"고 묻자,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홍 후보는 "내가 당대표였으면 계엄이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해야 되는데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겠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첫 번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 두 번째 민주당의 의회 폭거, 세 번째 한동훈 당시 대표의 부적절한 처신, 이 세 가지"라며 "계엄 해제의 주역이라고 자꾸 말하는데 계엄 선포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후보는 "계엄은 저와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막은 게 맞다"며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대통령 기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다만 두 사람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두고는 뜻을 같이했다. 홍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 "이재명 후보와 대적하기 어려우니까 한 대행뿐 아니라 이준석 후보, 비명(비이재명)계까지도 전부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일화해야지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어차피 이기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결국 보수 전체를 대표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해서 계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탄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탈당이나 출당 문제보다 본인 선택에 맡기는 게 옳다"고 했다.

    한 후보는 "지금은 탄핵으로 인해 결국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이고 대통령 신분도 아니다"라며 "지금 평당원인 상황에서 이 문제가 그렇게 크게 이슈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판단에만 맡겨야 될 문제"라고 했다.

    이후 홍 후보가 주도권을 쥐게 된 맞수토론에서 두 후보는 정책이나 공약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언급했다. 특히 북핵 대응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주장대로 자체 핵무장론을 실시하게 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고 이는 국제사회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농축 재처리 기술을 가지고 핵 잠재력을 확보하고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 나의 핵 정책"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내가 이야기하는 건 핵무장이 아니다. 나토(NATO)식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를 해서 핵 균형이 이뤄지면 남북 평화가 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후보가 지적한 NPT 탈퇴 문제에 대해서는 "NPT 10조를 보면 자위적 수단으로 탈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사형제에 대해서도 온도 차를 드러냈다. 홍 후보는 "피해자 가족은 평생 악몽 속에서 산다. 유영철, 강호순 같은 수십 명씩 죽인 살인마가 엄연히 살아있단 건 법 감정에 맞지 않다"며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로 반드시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형 집행을 명령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흉악 범죄에 강경한 입장이다. 그래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만들었다"면서도 "큰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홍 후보와 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로 복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후보는 "일단은 어차피 6월 4일에는 용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민께서 새 정부가 용산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일단은 '지금 당장은 단언할 문제가 아니다. 용산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입장"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청와대로 복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용도 적게 들고 그간 정부 자체가 가지고 있던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도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출퇴근하는데 교통 통제하고 그러는 것이 얼마나 번잡스럽냐"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한달 용산에서 근무하다가 옛날 청와대 보다 보안구역을 축소하고 간단히 리모델링해서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이재명 후보의 세종 이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두 후보는 이날 시종일관 날 선 공방을 벌이면서도 막판에는 반명 기치에 뜻을 함께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