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경찰서장은 '유죄'…서울경찰청장은 '무죄'法 "현행법상 안전관리 의무 없어"…용산구청장도 '무죄'법조계 "지위 따라 예측 가능성 정도 달라 판결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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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 2022.11.02 ⓒ뉴데일리DB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가운데 부실 대응과 관리 소홀 책임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관할 당국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이 엇갈리면서 법적 잣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참사 발생 2년 만에 1심 결론을 낸 법원은 "이태원 참사는 인재(人災)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관련자들의 유·무죄가 갈린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직접 책임' 여부에 따른 것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의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성립한다. 직접 책임은 업무상 과실로 사망자를 발생 시킨 사람에게 적용된다.법원은 사전 대응, 사고 임박, 사고 이후 단계를 경찰 과실로 판단하고 직접 책임도 경찰에 있다고 봤다. 이는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경찰에 있다고 명시된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른 것이다.박 구청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는 재난안전법 등에는 압사 사고를 재난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한 변호사는 "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은 피고인의 지위마다 주어진 권한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法, 일선 경찰만 '유죄'…구청 관계자들은 '무죄'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태원 참사 책임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박인혁 전 상황3팀장에게도 각각 금고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이태원 참사는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인파 집중을 예방 및 통제, 관리하는 별도 경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정보 수집이 필요했음에도 단 한 명의 정보관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난안전법에 명시된 재난 유형 중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 사고는 포함되지 않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재판부는 "당시 재난안전법령에는 다중 군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2022년 수립 지침에도 이러한 내용은 없었다"며 "특정 주최자가 별도로 없는 행사에 대해선 안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이태원 참사 재판 1심 1차 공판기일에 참사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윗선도 '무죄'…"인과관계 증명 안 돼"김 전 청장도 지난 17일 '참사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같은 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검사 권성수)는 지난달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사 당일 당직 근무했던 류미진 전 서울청 상황관리관과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 사고 발생 위험 등을 보고서를 통해 예견했음에도 경비기동대를 적정하게 배치하지 않는 등 지휘·감독권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당시 112상황실의 상황 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류 전 관리관과 정 전 팀장은 112 신고가 쏟아졌는데도 현장 확인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뒤늦게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로 기소됐다.재판부는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경찰 조직 전반의 적극적이지 못하고 안일한 인식이나 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될 수 없다"고 밝혔다.◆법조계 "경찰서장-경찰청장-구청장 권한 달라"법조계에서는 박 구청장과 김 전 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의 의무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재판부가 이들과 이태원 참사의 관련성을 낮게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박진식 변호사는 "(김 청장의 경우)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이 안 된 것"이라며 "위로 갈수록 도의적, 정치적 책임이 무거워지지만 법적인 책임은 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표준에 비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이 전 서장 등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사고 발생 예견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 전 서장이 '군중 밀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전도·추락·압사 등 안전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이에 대해 곽준호 변호사도 "서울경찰청장 기준에서 필요한 예측 가능성의 정도와 용산경찰서장 선에서 판단이 필요한 예측 가능성의 정도가 다른 것"이라며 "질서 유지 등은 경찰의 권한이기 때문에 용산구청장도 권한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TF 소속 최종연 변호사는 "서울경찰청장도 원칙적으로 혼잡 경비 책임이 있다"며 "이태원 인파 운집 가능성을 알았다면 당시 참사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규모를 막론하고 인파 혼잡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입장을 냈다.한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유족들은 지난 21일부터 9일 동안을 집중 추모 주간으로 정해 기자간담회, 정책포럼, 시민추모대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