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병합수사' 확대…"흩어진 범행단서 모아 한곳서 수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요 사기범죄 사건을 신속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병합수사’ 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국수본은 올해 초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기존에 단건별로 수사하던 방식에서 전국 사건의 범행 단서를 취합·분석한 후 시도청 직접수사 부서를 중심으로 집중 수사하는 병합수사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기존 단건 수사 방식의 경우 수사관별로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따로따로 수사하다 보니 범인을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비슷한 사건을 접수 관서별로 중복 수사하는 일도 많아 업무 부담이 늘거나 사건 해결이 장기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수본은 "병합수사 시행에 따라 동일 범인·조직의 사건을 중복해 수사하는 경우가 줄고 범행 초기부터 신속한 집중 수사가 이뤄져 범인 검거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범행의 상습성 등 죄질에 대해 종합적 검토가 가능할 뿐 아니라 경찰서 개별 수사관의 업무 부담이 줄어 다른 민생사건 처리 속도가 함께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수본은 이같은 병합수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 3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개편했다. 범행 단서를 범죄 유형에 맞춰 표준화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면 범행 단서를 손쉽게 취합·분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투자리딩방사기, 유사수신·불법다단계, 자본시장법 위반, 가상자산특별법 위반, 불법사금융,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 등 6가지 신종 금융범죄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됐고, 이달부터는 사이버사기와 피싱범죄로까지 확대된다. 

이로써 경찰서에서는 접수 사건의 범행 단서가 다른 관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이용됐는지를 검색해 필요시 본청·시도청에 집중수사를 건의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경찰청은 취합된 주요 범행 단서별로 연관성을 분석해 동일성이 있는 사건을 병합·집중수사 하도록 지휘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에 따라 국수본은 올해 1∼5월 투자리딩사기 등 주요 금융범죄 3천63건을 분석한 후 이를 78건으로 병합하도록 수사 지휘했다. 또한 사이버사기 2만3천628건을 3천829건으로 병합해 수사하도록 했다.

피싱범죄도 전국에서 접수된 1천171건의 사건을 분석해 28개 조직의 범죄로 분석을 마쳤으며 각 시도청에 이를 병합해 집중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대표적인 병합수사 성과로는 대구청 형사기동대가 수사한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미얀마·태국 접경지역) 거점 투자사기 사건'이 있다.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311건을 나눠 중복으로 수사하던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단기간에 총책 등 37명을 검거(19명 구속)할 수 있었다.

또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해결한 '유령회사 투자전문자문업체 빙자 사기 사건'(45명 검거·4명 구속)도 관련한 개별 사건 419건을 병합해 수사한 결과물이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병합수사는 온라인·비대면·초국경의 특성을 갖는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특진 등 과감한 포상과 '범행단서 분석 경진대회'(가칭) 개최 등을 통해 병합수사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