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4개 법안 거부권 행사4개 법안 자동 폐기 … "막대한 재정 부담과 사회적 갈등"국민의힘 "여야 합의 안 지키고 거부권 문제 삼나"
  •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국회 본회의를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국회 본회의를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1대 국회의 마지막이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인한 소모적인 법안 폐기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민주당 등 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전날(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이다.

    당초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포함해 본회의에 상정한 직회부 법안은 총 7개였다. 그러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머지 3개(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화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법안에 대해선 "상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여야 및 정부의 이견이 컸다"며 "의무 숙려 기간을 규정한 국회법 제93조2의 취지에 따라 오늘 본회의에서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논란 요소가 많다.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에게 정부가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적용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은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정부 여당이 반대했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하면 공공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매입 재원으로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다.

    문제는 보증금 직접 보전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부채성 자금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민주유공자법은 일찍이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주자는 내용이지만, 대상자 명단과 공적이 비공개돼 여당은 '가짜 유공자 양산법'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농어업회의소법에 대해 "농어민단체가 관변 단체화, 정치 세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반대했다. 한우산업지원법은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비효율적 문제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상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던 양곡관리법은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양곡관리법은 재정 소요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양곡법이 통과되면 매입·보관 비용에만 3조 원이 넘게 소요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4개 쟁점 법안의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로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법안, 상당한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법안들이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재의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9일 이들 4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서 이들 법안은 자동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치지만, 21대 국회에서 재의를 요구한 안건은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자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비롯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며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어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은 내용도 문제지만 상임위에서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잘못됐다"며 "그런 민주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문제 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