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합의고려시대 지공선사·나옹선사 사리 포함지난해 김 여사 방문 계기로 협상 재개
  • ▲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공개 자료 / 대한불교조계종·연합뉴스 제공
    ▲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공개 자료 / 대한불교조계종·연합뉴스 제공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스님의 사리가 국내로 돌아온다.

    6일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銀製鍍金 喇嘛塔形 舍利具)'를 일정 기간 대여하고, '사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미술관이 보유한 사리와 사리구를 반입하는 문제는 2009년부터 15년간 지속돼온 현안으로,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협상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기증받는 사리 중에는 우리나라 불교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고려시대 '지공선사(指空禪師)'와 '나옹선사(懶翁禪師)'의 사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리 기증을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5일(현지시각)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매튜 테이틀바움 관장과 협상을 진행한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불교의 성물인 사리는 오는 5월 15일(부처님오신날) 전에 조계종이 기증받고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 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대여받기로 합의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로 평가받고 있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 팔각당형 사리구(銀製鍍金 八角堂形 舍利具)' 5기가 안치돼 있다.

    사리구에 적혀 있는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5과 △가섭불(迦葉佛) 2과 △정광불(錠光佛) 5과 △지공선사 5과 △나옹선사 5과의 사리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 현존하고 있다.

    사리구는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스턴미술관은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사리구 임시 대여로 사리구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 진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사리구는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공개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리 기증 및 사리구 임시 대여 추진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이라며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면서 사리를 최대한 존중해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스턴미술관 측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 ▲ 5일(현지시각) 협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조계종 혜공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매튜 테이텔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좌측부터). ⓒ문화재청 제공
    ▲ 5일(현지시각) 협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조계종 혜공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매튜 테이텔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좌측부터).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