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주재… 4대 정책 패키지 제시"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말 유행""의사는 소신껏 진료, 피해자는 두터운 보상""의료개혁, 저항 때문에 후퇴하면 안 돼"
  •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총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신속한 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도 약속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경북 문경에서 발생한 큰 화재로 구조작업 중에 소방관 두 분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이 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김수광 소방교, 박수훈 소방사 두 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유가족 지원 등 필요한 일들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고,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 말하기에 부끄러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 역량과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확충이 필수라는 점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양질의 의학교육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서 의료인력 확충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은 강화하되 의료인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은 확실하게 줄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인을 대상으로 남발되는 고소·고발 감축과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제도 강화도 약속했다.

    "의료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지만 실제로 의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판명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전제한 윤 대통령은 "의사는 경찰 조사로 어려움을 겪고,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 이러한 모순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제도를 전면 개편해서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며 "의료인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고위험 진료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한 보상체계 도입을 강조하면서 10조 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약속했다. "고위험 진료를 하는 의료진, 또 상시 대기해야 하는 필수의료진들이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서 필수의료에 10조 원 이상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 남용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지역의료 재건과 관련, 윤 대통령은 "교육과 함께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라면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고, 청년들이 지방에서 꿈을 펼치려면 좋은 병원과 좋은 교육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지역인재전형 확대 및 지역정책수가, 지역정책 네트워크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의 의료개혁 4대 정책 패키지는 필수·지역의료를 다시 살릴 최선의 추진과제"라며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과제는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하나하나 대책을 만들어가겠다"며 "현장의 생생한 여러분의 고견을 토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해가는 데 반영하고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의료사건을 수사한 경험담도 언급했다. '의료인과 환자의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수사 절차를 정비하겠다'는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의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저도 과거에 의료사고 사건을 처리한 적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 사건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다른 일을 못하고, 미제 사건을 수백 건 남기면서 공부했다"고 밝힌 윤 대통령은 "영문과 국문으로 된 의료 책자를 읽어보고, 사진·영상을 전부 사무실에 붙여 놓은 채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SMART)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해 전공의들의 외과수술 실습을 참관했다.

    지난해 1월 개소한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시뮬레이션센터는 병원의 주요 시설과 장비를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재현해 수술, 중환자 관리 등 임상교육을 하는 곳이다.

    시뮬레이션센터에서 윤 대통령은 한 전공의가 인체와 유사한 형태와 질감을 구현한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봉합수술을 연습하는 과정과, 또 다른 전공의가 소프트웨어 가상환경에서 충수돌기 염증 부위 절제를 연습하는 과정을 참관했다.

    윤 대통령은 시뮬레이션 도구를 잡고 직접 복강경수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복강경수술용 커터로 충수돌기 염증 부위를 제거하자 옆에 있던 한 의료진이 "이제 환자가 고통에서 해방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참관을 마친 윤 대통령은 "공부 많이 했습니다"라며 전공의 수련 참관을 도와준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현장 방문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및 외과 전문의·전공의 등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토론회에는 회사원·주부·유자녀·어르신·주민·환자단체 등 일반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