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레이스 시작‥ 27일 3배수 압축, 내달 4일 확정지원자 12명 중 외부 인사 2명, 나머지는 KBS 출신 인사박민·최철호 '유력설'‥시민단체·우파운동 인사들도 주목
  • '무능경영' 등의 사유로 해임된 김의철 전 KBS 사장의 잔여 임기(~2024년 12월 9일)를 소화할 26대 KBS 사장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5일 사장 공모를 마감한 KBS 이사회는 27일까지 서류 검토를 거쳐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한 뒤 내달 4일 면접을 통해 선발한 최종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마감시한까지 KBS 이사회에 사장 지원서와 경영계획서를 제출한 지원자는 총 12명. 앞서 하마평에 오른 인사 중 7명이 지원한 가운데,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5명도 지원서를 제출해 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KBS에 따르면 △최재훈(52) 전 KBS 부산방송총국 보도국장(전 KBS노동조합 위원장, KBS 23기 기자) △전진국(66) 새미래포럼 회장(전 KBS 부사장, KBS 11기 PD) △배재성(60)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학회장(전 KBSN 부사장, KBS 15기 기자) △박문혁(56) 케이큐뉴스 대표기자(전 교육부 교육행정사무관) △김인영(65) 전 KBS 보도본부장(전 KBS 미디어 감사, KBS 13기 기자) △박민(60) 문화일보 논설위원(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이영풍(53)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전 KBS노동조합 정책공정방송실장, KBS 22기 기자) △황우섭(65) 미디어연대 상임대표(전 KBS 이사, KBS 8기 PD) △최철호(60) 전 KBSN 사장(전 KBS노동조합 사무처장, KBS 17기 PD) △고대영(68) 전 KBS 사장(전 KBS 비즈니스 사장, KBS 11기 기자) △박선규(62)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전 KBS 앵커, KBS 14기 기자) △권혁부(77) 전 KBS 대구방송총국장(전 KBS 이사, 74년 특채) 등 총 12명이 KBS 사장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게 됐다.

    우파노조 출신 4명… 우파시민단체 수장은 3명

    지원자 중 외부 출신은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박문혁 케이큐뉴스 대표기자 등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KBS 출신이다. 최연소 지원자는 최재훈(52) 전 KBS 부산총국 보도국장이고, 최고령은 권혁부(77) 전 KBS 대구총국장이다. PD 출신은 전진국 전 KBS 부사장과 황우섭 전 KBS 이사, 최철호 전 KBSN 사장 등 3명이고 나머지 9명은 모두 취재기자 출신이다.

    KBS 사내 노동조합(1·3노조) 출신은 최재훈 전 국장, 이영풍 전 부장, 최철호 전 사장, 황우섭 전 이사 등 4명이고, 사외에서 보수우파 성향 시민단체를 이끌며 '공영방송 정상화 운동'을 벌인 지원자는 황우섭 전 이사(미디어연대), 최철호 전 사장(공정언론국민연대), 전진국 전 부사장(새미래포럼) 등 3명이다.

    지원자 중 가장 먼저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박민 위원과 최철호 전 사장이다. 지난 12일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KBS 사장 후보군'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는데, 여기에 박 위원과 최 전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함께 언급됐던 KBS 출신 인사들은 이번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후 KBS 이사회가 26대 사장 공모 시기 및 방식을 의결한 직후 두 사람을 포함한 총 9명이 후보 물망에 올랐는데, 이 중 7명이 지원서를 냈다.

    지원자 가운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물은 박 위원이다. 앞서 문화일보에서만 기자 생활을 한 박 위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자 '방송과 무관한 친권력 인사가 낙하산처럼 투입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KBS노동조합(1노조)은 지난 25일 박 위원이 실제로 KBS 사장 공모에 응하자,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방송인연합회 등과 함께 "박 위원이 KBS 사장에 선임될 경우 KBS 이사회를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사장 내정설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지원서를 냈다"며 김의철 전 사장이 해임되기도 전에,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특정인이 사장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돈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22대 KBS 사장(2015~2018년)을 지낸 고대영 전 사장이 다시 도전장을 낸 것도 화제다. 고 전 사장은 문재인 정권 당시 '적폐청산 광풍'에 휘말려 KBS에서 쫓겨난 대표적 피해자로, 고 전 사장이 문 전 대통령의 '해임 처분'을 취소한 대법원 판결을 들고 컴백하는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다. 고 전 사장은 "제가 인생을 바쳤던 공영방송이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기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며 "제가 아니더라도 KBS가 지난 수년간 저질렀던 과오를 시정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한국인의 중심 채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앞장설 역량과 의지가 있는 분이 있다면 이사회에서 좋은 후보를 뽑아 임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원자 다수 "공공·공정성 회복만이 살길"

    "KBS를 '편파방송 공장'으로 전락시킨 주역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며 KBS 사옥 앞에서 장기 농성 중인 이영풍 전 부장이 지원서를 낸 것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앞서 사외 유튜브 방송에서 KBS 보도의 '편파성'을 지적한 일로 보도국장에게 불려가자, 통합뉴스룸 사무실에서 담당국장과 KBS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끈 이 전 부장은 이후 KBS 안팎에서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하는 '1인 농성'을 벌여왔다. 이 전 부장은 사장이 될 경우 월급을 '2500원'만 받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솔선수범해 실시하고, 'KBS정상화추진단' 출범, '전사적 토털 리뷰' 수행, '2TV 민영화' 추진 등 공정성을 회복하는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KBS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아 수년째 공영방송 정상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최철호 전 사장도 이목을 끌고 있는 지원자 중 한 사람이다. 애당초 하마평에 제일 먼저 이름이 오를 정도로 지원자 가운데 차기 사장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를 4개월 앞둔 2021년 11월, KBS·MBC노조 등과 함께 '대통령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을 출범시킨 최 전 사장은 이후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국민언론감시연대', '공언련' 등으로 명칭을 바꾼 공영방송 모니터링단을 상설 운영하며 편파방송을 견제·비판하는 첨병 역할을 도맡아 왔다. 최 전 사장도 KBS 방송의 '편파성'과 특정 세력에 편중된 '인사'가 대국민 신뢰를 하락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KBS 3노조로 불리는 KBS공영노조를 창립해 위원장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언론비평시민단체 '미디어연대'를 이끌고 있는 황우섭 전 이사도 연륜과 경력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후보라는 평가다. 문재인 정권 초창기부터 보수우파 성향의 시민단체를 결성, 공영방송 정상화 운동을 벌여온 황 전 이사는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 기념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역할을 수행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알바트로스상' 시상식을 매년 개최하는 등 우파 미디어계의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불요불급한 사업은 폐지하되, 고품격 콘텐츠 제작은 강화해 KBS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정 자격과 능력이 검증된 직원만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허용하는 방안과, 부당한 징계를 받은 직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는 것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언론2비서관, 홍보수석실 1대변인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자리까지 오른 박선규 전 KBS 앵커도 눈에 띄는 지원자 중 한 명이다. 기자 시절 걸프전과 소말리아 내전 등 5군데의 전쟁터를 누빈 '종군 기자'로 활약한 박 전 앵커는 차관 시절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실무 최고 책임자로 2전 3기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대변인으로도 활동한 그는 장애인과 청소년을 위한 문화법인 '더불어 꿈'의 대표를 3년간 맡아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살을 깎는 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선하고, 공정한 인사 및 편성 정책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