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이어 노웅래까지 공영방송 나와 '개인 변론'노웅래 "증거 조작돼‥ 공작·기획 수사" 억울함 토로국힘 "방송이 '범죄피의자'에게 '면죄부 판' 깔아줘"
  • ▲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성진 기자
    ▲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성진 기자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형사사건 피의자가 법정이 아닌 공영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혐의를 해명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계에선 '공영방송이 제한된 국가 자원인 방송 주파수를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데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된 두 사람 모두 입법부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민주당 봐주기'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YTN 출연해 "돈 봉투 소리는 잡음" 검찰 맹비난

    지난 2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기각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노웅래 의원을 출연시켰다.

    이날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 민주당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해 말한 노 의원은 '돈 봉투 소리를 들어봤느냐'는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 "들어봤는데, 인위적으로 녹음파일을 가공한 것"이라며 "(검찰이) 잡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돈 봉투 소리'라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를 요청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 "노 의원이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느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하는 목소리와 부스럭거리는 돈 봉투 소리가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가리킨 것.

    노 의원은 "이렇게 증거를 조작해 여론을 조작하고 멀쩡한 사람을 범법자로 낙인찍은 것"이라며 "이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야당을 때려잡는 공작 수사나 기획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가공된 파일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입맛대로 가공해 증거를 조작한 뒤 선물로 준 것일 수도 있는데 이를 돈을 줬다고 짜맞춘 것"이라고 주장한 노 의원은 "증거 조작 실태를 재판에서 공개해 (자신이) 무죄임을 밝히겠다"며 마치 법정에서 변론을 펼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2020년 2~12월 △발전소 납품 및 태양광 발전 사업 편의 제공 △물류센터 인허가 및 인사 알선 △각종 선거 자금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OO 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29일 뇌물수수·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 의원은 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재판 일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방송 주제와 무관한 범죄 혐의 '해명'에 시간 할애"

    이 같은 노 의원의 해명성 방송이 전파를 타자, 문종형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6일 "KBS가 지난달 돈 봉투 사건으로 수사 중인 송영길 전 대표를 '더 라이브'에 출연시킨 데 이어, YTN이 불구속 기소 상태인 노 의원을 방송에 섭외한 것은 '잠재적 범죄 피의자'에게 면죄부 판을 깔아준 상식 밖의 행위"라고 규탄했다.

    문 상근부대변인은 "노 의원은 역시나 프로그램 내내 정해진 방송 주제와 무관하게 '본인 범죄 방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검찰은 입맛대로 증거를 조작하는 집단', '녹취록에 나온 소음은 돈 봉투가 아닌 선물일 수 있다' 등 국민을 우롱하는 '무지성 변론'을 쏟아냈다"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가까스로 유치장 신세를 면한 노웅래 의원이 버젓이 뉴스에 나와 '대국민 변론'을 진행한 것은 YTN의 정치적 편향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천만원에 달하는 뇌물수수와 돈 봉투 녹취록으로 국민적 망신을 당한 노 의원이 적법하게 획득한 검찰 증거에 대해 '조작' '공작'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언론플레이'이자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한 문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방송 윤리에 어긋난 '뇌물 비리' 인물 섭외와 '면죄부 판 깔아주기' 방송을 진행한 YTN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도 노 의원의 '방송 중 발언'을 '허위 주장'으로 판단,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적법하게 획득한 증거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법정 밖에서 허위 주장을 한 것"이라며 "법정에서 관련 주장이 나오면 검찰에서 절차에 따라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리 혐의' 피고인 방송 출연, 방송심의 규정 위반"

    YTN 내부에서는 자성의 소리가 나왔다.

    YTN방송노동조합 불공정보도감시단은 26일 발표한 <YTN라디오가 '비리 혐의' 민주당 의원의 변호사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YTN 라디오 '뉴스킹'에 6000만원의 뇌물수수와 알선수뢰,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했다"며 "떠들썩한 형사사건 피고인을 출연시킨 것도 놀랍지만 그 내용은 정말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YTN방송노조는 "뉴스킹 진행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들어 보겠다'면서 노웅래 의원을 소개했지만, 정작 노 의원은 21대 국회 행안위 소속이 아니라, 도시침수법 제정안 등 이번 수해 피해 복구와 예방 등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어야 할 환노위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굳이 노 의원이 YTN라디오에 나와 뭔가 얘기한다면, 수해 복구 작업 중 베트남·라오스 출장을 강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마지못해 귀국한 박정 환노위원장 등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는 게 그나마 최선일 것"이라고 꼬집은 YTN방송노조는 "아니나 다를까 노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 기각과 관련해 민주당의 기존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더니, 출연 중반 이후부턴 아예 자신의 '비리 혐의'에 대해 '공작 수사' '기획 수사'라며 검찰 비판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YTN방송노조는 "형사사건 피의자가 법정이 아닌 지상파 라디오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을 항변할 수 있도록 YTN라디오가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며 "노 의원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건 법정에서 진술하면 될 일이다. YTN라디오가 '노 의원의 변호사'인가? YTN이 '노 의원 변호사 사무실'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국가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당연히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주파수를 사용해야 한다"며 "노웅래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비리 혐의'에 대해 목청껏 항변하라고 YTN에 라디오 허가장을 발급해 준 것이 아니"라고 질타한 YTN방송노조는 "YTN라디오의 이 같은 행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YTN방송노조는 "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대변인이나 관련 상임위원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온갖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인지에 대해서 YTN라디오 상무 등 책임자는 분명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YTN라디오의 노웅래 의원 출연 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