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 보유 갈망 北, 1988년 국방과학원 산하에 위성연구소 건립… 김일성 부자 '대만족'2009년 '광명성2호' 발사 성공 주장… 김정일 "필요한 것 말하라"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패'… "정찰위성만 있었다면 개망신 없었다""韓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 김정일 사망 10주기 기리려 성급히 발사"
  • ▲ 김철수 박사는
    ▲ 김철수 박사는 "김정일은 2009년 4월 5일 위성연구소 관제센터에 김정은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광명성2호 발사 성공에 대단히 만족한 김정일은 '필요한 것이 있으며 제기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시 연구소 과학부소장이었던 최성일이 '김정일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해 집안의 가보로 간직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과학자들의 요구인데 무엇을 못 들어주겠는가. 사진사를 안 데리고 왔지만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40분을 기다렸다가 연구사(연구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김철수 박사 제공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정찰통신위성을 보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탈북민 출신 북한 군사전문가인 김철수 박사(가명)는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회장 이대희)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정일 사망 10주기까지 정찰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는 김정은의 욕망이 북한 위성 발사 실패 배경"이라며 군사정찰위성 보유를 향한 김씨 왕조 3대의 갈망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1980년 김책공대 졸업생들로부터 인공위성 선물 받은 '후계자' 김정일

    김 박사는 "1980년 10월 공식적으로 김일성의 후계자가 된 김정일에게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공업대학 졸업생들이 졸업논문(졸업 필수요건)으로 연구개발한 인공지구위성을 선물로 증정하게 됐다"고 상기했다.

    "이때 김정일에게 인공지구위성을 선물한 졸업생들은 후에 중앙당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원, 제2경제위원회 간부로 승진했다. 당시 김일성은 '북한의 과학기술 능력과 제작 기술을 갖고는 아직 인공지구위성을 만들 수 없지만 발기(發起)는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北, 1988년 10월 국방과학원 산하에 위성연구소 건립

    김 박사는 "북한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제2경제위원회 산하에 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하는 8총국을 신설했다. 김정일은 김일성과 협의해 '북한의 막강한 과학기술 능력과 생산력으로 인공지구위성을 개발, 생산하고 우주궤도에 진입시켜 현대적인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들어서도록 하라' '조선의 과학자들은 두 발은 이 땅을 밟고 두 눈은 세계를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1984년 10월25일 김정일은 비밀 유지를 위해 당시 인민군 총참모장이었던 오극렬만 데리고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시찰했다. 김정일은 오극렬과 국방과학원 간부들에게 '위성연구소를 건립할 때가 됐다'고 하면서 광범한 부지에 연구소 위치를 정해줬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에 따르면, 처음에는 위성연구소가 들어갈 건물이 없어 평양시 용성구역 용성2동에 있던 국방과학원 산하 전자계산기연구소의 한쪽 건물에서 위성연구사업에 착수했다. 

    국방과학원 산하에 위성연구소를 신설한 것은 1988년 10월17일 무렵이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정찰통신위성을 자기 궤도에 진입시켜 세기적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됐다"고 대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중앙당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원 간부들에게 "위성연구소를 국가가 도맡아 밀어주며 잘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김 박사는 위성연구소 연구인력과 관련해 "실장급 이상 연구소 간부들은 국방과학원 산하 다른 연구소들에서 선출했다. 연구사(연구원)들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1963년 국방종합대학으로 개교해 2016년 개칭)·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성이과대학, 국방성 산하 김일 명칭 미림전자전수재대학, 용성약전공업대학을 비롯한 북한의 전 대학에서 우수한 졸업생을 선출해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일, 2009년 '광명성2호' 발사 성공 주장하며 "필요한 것 있으면 제기하라"

    2009년 4월5일 북한은 '광명성2호'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발사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일이 2009년 4월5일 위성연구소 관제센터에 김정은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도 선전 목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박사는 "김정일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광명성2호 발사 성공에 대단히 만족하며 당시 연구소 과학부소장이었던 최성일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며 제기하라'고 말했다. 최성일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해 집안의 가보로 간직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과학자들의 요구인데 무엇을 못 들어주겠는가. 사진사를 안 데리고 왔지만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40분을 기다렸다가 연구사(연구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 ▲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연구회장 이대희)가 서울 광화문 한국행정학회 세미나실에서 '우주발사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를 주제로 6월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 사무국장, 임성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 장석광 'JK포렌식 인텔리전스' 대표, 김철수 박사, 정영기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객원연구원, 김도영 광운대 교수, 이범찬 전 국정원 차장보. ⓒ서성진 기자
    ▲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연구회장 이대희)가 서울 광화문 한국행정학회 세미나실에서 '우주발사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를 주제로 6월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 사무국장, 임성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 장석광 'JK포렌식 인텔리전스' 대표, 김철수 박사, 정영기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객원연구원, 김도영 광운대 교수, 이범찬 전 국정원 차장보. ⓒ서성진 기자
    김정일 집착 강화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정찰위성 있었다면 개망신 없었다"

    특히 김 박사는 정찰위성을 향한 김정일의 집착을 보여준 사례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꼽았다.

    "당시 북한은 막대한 당 자금을 들여 독일에서 감독을 초청해 본선에 진출했다. 김정일 자체가 축구선수권대회에 온 넋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북한이 6월15일 세계적인 축구강국인 브라질과 대결에서 2 대 1로 패하면서 '성공적인 패배'로 세계무대에 등장했다"고 김 박사는 회고했다.

    김 박사는 이어 "중국에 정찰통신위성 사용료를 지불하고 녹화 실황을 통해 축구를 관람한 김정일은 너무도 만족했다. 그래서 많은 돈을 지불해가며 6월21일 포르투갈과의 2차 경기를 생중계했다. 북한의 모든 기관·기업소·농장에 '휴식하면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김정일의 예상을 뒤엎고 북한은 7 대 0으로 패배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다시는 나한테 축구라는 말 자체를 하지 말라. 청년들에게는 농구를 도입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중앙당 군수공업부·국방과학원 간부들과 연구사(연구원)들에게 "이번에 정찰통신위성만 보유하고 있어 막대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축구 경기를 사전에 관람했다면 이런 개망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찰통신위성을 하루빨리 연구개발해 자기 궤도에 진입시키면 소원이 없겠다"고까지 말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北, 한국 누리호 발사 성공과 김정일 10주기 궤도 진입 욕망으로 성급히 발사"

    김 박사는 "북한은 김정일이 이룩한 국방공업의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화를 토대로 김정은 집권 시기에 유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전략적인 탄도미사일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김정은은 '기동하고 있는 비행기와 함선들의 정확한 위치를 탐지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이 없다'고 중앙당 군수공업부 간부들과 국방과학원 과학자들을 독촉해온 만큼 한국이 이번에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자 더욱 고심이 컸을 것"이라고 김 박사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정찰통신위성에 대해 집착했던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10주까지 정찰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는 김정은의 욕망으로 올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성급하게 발사했다가 실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 ▲ 북한 김정은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