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산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尹 퇴진하라' 구호 앞세운 단체 후원정부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 보조금 받아… 올해만 200억, 작년은 127억행안부, 12일 특별감사 예정… 사업회 주관하는 6·10 민주항쟁 기념식도 불참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연합뉴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연합뉴스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 받는 행정안전부 산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반정부 집회를 후원해 논란에 휩싸였다. 

    행안부는 사업회가 주관하는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2일부터 사업회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범국민 추모제를 열기로 하고 8일 경향·한겨레 등에 지면광고를 실었다.

    해당 광고에는 전국민중행동,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가 행사를 주관하고, 사업회가 후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사 주관 단체들은 광고에서 '민중세상 가로막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앞세우고 노동과 과거사, 여성, 통일 등 각 분야의 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추모제에서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온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였던 2014년 행사 이후 9년 만이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정권 퇴진' 구호는 없었다. 

    사업회는 추모제에 최근 5년간 매년 100만~300만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3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사업회는 행안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지원 받는 단체다. 사업회가 공개한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7억4700만원, 올해 173억9300만원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정부의 직접 지원 외에도 간접 지원 형태의 사업수입 2300만원, 위탁수입 23억6100만원 등이 올해 예산목록에 올라 있다.

    정치적 행사를 둘러싼 논란에 사업회는 후원 취소를 결정했다. 사업회 측은 "해당 단체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 협력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며 "열사나 희생자에 대한 추모제를 하겠다는 당초 사업계획과 다른 활동을 해 사업 선정 취소 통보를 했다"고 해명했다.

    사업회 이사장은 1987년 6·10민주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던 지선스님이다. 2017년 6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임명됐고, 2020년 연임됐다.

    지선스님은 취임 첫해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는 민주화 흔적을 지우려 하고 거꾸로 돌리려는, 비민주적인 반영구 집권을 노린 흔적이 있다"며 "이제 새로 태어난 문재인정부의 경우 민주화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률에 의해 설립돼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나랏돈을 받아 정권퇴진운동을 하겠다는 단체를 후원한 꼴"이라며 "민주화운동의 의미와 취지가 한 정파의 편향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오는 12일부터 사업회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사업회가 정부 예산을 받아 반정부 정치행사를 후원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해당 행사를 후원한 과정뿐만 아니라 사업회가 추진한 사업 전반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민주화 관련 사업에 관행적으로 예산을 지원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서 국민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가 사업회 사업 전반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6·10민주항쟁기념식' 불참과 관련해서도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 세력을 후원한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념식에는 행안부장관직무대행인 한창섭 차관이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6·10민주항쟁의 의의를 되새기기 위해 200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이후 6·10민주항쟁 기념식은 행안부가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주관으로 열려왔다. 

    행안부가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