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희 바통 이은 'MZ 세대' 신예 케브, 햇빛촌 합류슬픈 발라드 '유리창엔 비', 네오 소울 R&B로 재탄생
  • ▲ 1998년생 신예 '케브'를 새 멤버로 영입한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 1998년생 신예 '케브'를 새 멤버로 영입한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유리창엔 비'라는 공전의 히트곡으로 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그룹 '햇빛촌'이 돌아왔다.

    33년 만에 '유리창엔 비'를 리메이크한 '네오 버전'을 들고 컴백한 '햇빛촌'은 원년 멤버인 고병희 대신 '케브(Ce.V)'라는 신예 가수를 영입, 새 단장에 나섰다.

    1998년생인 케브는 케이팝 걸그룹 데뷔조 출신으로,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햇빛촌의 새로운 보컬로 합류했다.

    햇빛촌의 리더 이정한은 "새 멤버 케브는 팝, R&B, 댄스 등 어떤 장르의 음악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음색과 가창력을 지닌 재원"이라며 "신인이지만 안정감이 있고, 열정과 끼가 다분하다. 무한한 잠재력이 엿보인다"고 소개했다.

    이정한은 "'유리창엔 비' 원곡이 성악을 전공했던 여성 보컬 고병희의 가창력을 극대화한 클래시컬 발라드였다면, 이번 신곡 음원은 '네오 소울(Neo-Soul) 알앤비' 장르의 팝 발라드를 기반으로 한다"며 "그루브하면서 세련된 스케일 전개가 마치 멜로 영화 OST를 듣는 것처럼 원곡과는 전혀 다른,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햇빛촌 활동 이후 현재까지 여러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정한은 지난해 '썹(SSUP)'이라는 예명으로 총 4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햇빛촌 컴백 작업을 준비해왔다.

    지난 7일 새로운 혼성 듀엣으로 거듭난 햇빛촌을 뉴데일리가 직접 만나 컴백 과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 ▲ 1998년생 신예 '케브'를 새 멤버로 영입한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 1998년생 신예 '케브'를 새 멤버로 영입한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 레전드 그룹이죠. 솔직히 제 또래보다는 부모 세대가 더 많이 좋아하는 그룹인데요. 물론 저도 '햇빛촌'의 '유리창엔 비'를 애청하는 팬 중의 한 사람입니다만.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노래는 많이 알려졌어도 햇빛촌이라는 그룹명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고, 어떤 계기로 컴백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한) 햇빛촌은 '유리창엔 비'라는 노래로 90년대 활동을 했던 그룹입니다. 저와 고병희 씨로 구성된 혼성 듀오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 활동도 병행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팀명을 그대로 쓸지 바꿀지를 고민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지금도 '유리창엔 비'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워낙 많이 계시다 보니, 햇빛촌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 와중에 새로운 보컬을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저도 동의해서 '뉴햇빛촌'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 이정한 씨는 그동안 대학 교수(서울한영대 실용음악과)로 후학 양성에 힘써 오신 걸로 아는데요. 항간에 듣자 하니 또 다른 직업이 있으시더라고요. (웃음) 현재 미술가로도 활동 중이신 것 맞죠?

    ▲(이정한) 오래전부터 제 꿈이 미술가였어요. 원래도 미술을 전공했고….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게 됐죠. 현재 '썹(SSUP)'이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로 활동 중입니다.

    - '썹'이라는 예명으로 그림뿐만 아니라 음반도 여러 장 내셨잖아요? 햇빛촌이나 본명대신 예명으로 활동하신 이유가 뭔가요?

    ▲(이정한) 일단 '썹'이라는 말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SSUP'은 'sunny side up'의 약자로, 계란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한쪽 면만 불에 익히 계란 후라이를 말합니다. 계란 노른자가 있는 모양이 해와 비슷하잖아요? 주변에서도 그게 햇빛촌과 잘 어울린다고 해서 제 '부캐'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제 이름을 놔두고 부캐를 내세워 활동하게 된 건, 과거에 해왔던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게 싫어서 그랬어요. 정말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썹'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한 거죠.
  • ▲ 그룹 '햇빛촌'의 리더 이정한. ⓒ정상윤 기자
    ▲ 그룹 '햇빛촌'의 리더 이정한. ⓒ정상윤 기자
    - 햇빛촌 컴백을 계획할 때 고병희 씨에게 같이 하자고 권유하지는 않으셨나요?

    ▲(이정한) 권유라기보다는 그런 뜻을 쓱 내비쳤었는데, 일단 그 친구가 워낙 바빴고…, 본인 음악 준비에 한창 하더라고요. 이번에 '유리창엔 비' 새 음원을 내고 연락했더니, 굉장히 반가워하면서 '케브가 누구냐. 목소리도 좋고 굉장히 실력이 좋은 것 같다'고 호평해 줬어요.

    - 햇빛촌에서 고병희 씨가 차지하는 지분이 꽤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고병희 씨의 근황은 어떤가요?

    ▲(이정한) 여전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미사리 근처에 살았는데, 최근 서울로 이사해 얼굴도 자주 보고 있어요. 본인 스타일대로 음악을 준비 중입니다.

    - 레전드 듀오로 골수팬들이 많은데, 낯선 멤버를 영입하고 컴백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컴백을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이정한) 말씀하신 대로 기존 햇빛촌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가 '썹'이라는 부캐로 활동한 것도 뻔한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햇빛촌을 다시 해도, 과거에 했던 걸 그냥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게 됐고, 마침내 케브를 만나게 된 거죠. 기존 팬분들에게는 이런 구성이 낯설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햇빛촌으로 좋은 음악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 보면 큰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부담감도 있지만 한편으론 기대도 되고 재미도 있어요.
  • ▲ 그룹 '햇빛촌'의 새 멤버 '케브'. ⓒ정상윤 기자
    ▲ 그룹 '햇빛촌'의 새 멤버 '케브'. ⓒ정상윤 기자
    -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턴 케브 씨에게 질문을 드릴 텐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실제 본명과 나이를 여쭤봐도 될까요?

    ▲(케브) 본명은 정진화. 나이는 26살입니다.  

    -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고, 햇빛촌에는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합류하셨나요?

    ▲(케브)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올드팝이나 가요를 하루 종일 틀어놓으셨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풍의 노래를 많이 접하게 됐죠. 사춘기가 왔을 때 나는 뭘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평소에 노래 부르는 걸 워낙 좋아했고, 주변 친구들도 목소리가 예쁘다고 호평해 주는 편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좀 '관종기'가 있어서 남들 앞에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엄마·아빠에게 가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일반 아빠가 완강히 반대하셨어요. 그대로 제가 고집을 부리니 아빠가 한 번 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하셨어요. 아빠가 기대하셨던 건, 제가 재능이 없다는 신랄한 평가였을텐데요. (웃음) 선생님께서 '얘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아빠가 그 자리에서 학원비를 결제해 주셨죠. 그렇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는 아이돌을 준비했었는데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 너무 달라서 그만뒀죠. 그렇게 쉬다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게 됐고, 최근 햇빛촌에서 오디션을 본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 오디션에는 언제 응시하셨나요? 또 당시에 무슨 곡을 불렀나요?

    ▲(케브) 반년 전에 했어요. 지금 회사 관계자분들과 미팅을 갖고, 가요나 팝송 같은 노래도 많이 부르고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솔직히 오디션 볼 때 회사 관계자분들이 너무 포커페이스였어요. 그래서 제가 마음에 안 드신 줄 알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유레카!
  • ▲ '썹(SSUP)'이라는 부캐로도 활동 중인 이정한. ⓒ정상윤 기자
    ▲ '썹(SSUP)'이라는 부캐로도 활동 중인 이정한. ⓒ정상윤 기자
    - 햇빛촌은 고병희 씨의 가창력이 돋보인 그룹이었는데, 보이스 컬러가 전혀 다른 케브를 영입하면서 그룹의 색깔이 대폭 바뀌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변화였나요?

    ▲(이정한) 오디션 기간이 길었죠. 온라인으로 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셨는데요. 가창력도 좋고, '옛 감성'을 가진 분들도 많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햇빛촌의 음악을 '뉴웨이브 포크'로 정의하고 싶은데요. 흔히 통기타 세대로 불리는 708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뻔한 음악이 아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는 케브가 눈에 띄었죠. 그런 기대감 때문에 케브를 선발했는데요.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 저도 새롭게 출시된 '유리창엔 비'를 들어봤는데요. 편곡도 색다르고…, 전반적으로 너무 세련되고 좋더라고요. 네오 버전 '유리창엔 비'는 원곡의 슬픈 감정은 유지하면서도 원곡처럼 마냥 슬프지 많은 않은 묘한 감성이 느껴졌어요. 90대 가요인 '유리창엔 비'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것 같습니다.

    ▲(이정한) 곡 작업을 하면서 기존의 느낌대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서 케브랑 이렇게도 불러보고 저렇게도 불러보고, 다양한 시도를 했었는데요. 뭔가 좀 아닌 것 같았죠. 케브한테는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좀 더 '흑인 음악필'이 묻어있는 업비트 리듬에, 결코 예전 것 같지 않은 세련된 느낌으로 가 보자고 생각했죠. 최종으로 이 버전의 편곡이 나왔는데요. 뭔가 느낌도 있고, 세련된 편곡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케브가 이 곡을 굉장히 잘 불러줬어요.

    - 원래 편곡 버전이 아주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정한) 한 15개 정도 있었어요. 또 편곡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유명한 분도 참여해 주셨었는데요. 제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아니라, 뭔가 이 프로젝트와는 안 맞는 느낌이 들었죠. 최종 버전은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해바라기' 이주호 선배님의 아드님(이상)이 만들었어요. 정말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 ▲ 케이팝 걸그룹 데뷔조 출신으로, 레전드 그룹 '햇빛촌' 멤버가 된 케브. ⓒ정상윤 기자
    ▲ 케이팝 걸그룹 데뷔조 출신으로, 레전드 그룹 '햇빛촌' 멤버가 된 케브. ⓒ정상윤 기자
    - 케브 씨의 경우 오디션을 보기 전에는 햇빛촌이라는 그룹과 '유리창엔 비'라는 노래를 잘 몰랐을 겁니다. 오디션을 계기로 알게 됐을 텐데요.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느낌이 어땠나요?

    ▲(케브) 유튜브를 통해 선생님의 무대 영상을 봤는데요. 어릴 때부터 옛날 가요들을 많이 들어왔고, 그런 사운드에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구식이라든가 옛날 노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예전 노래인데도 굉장히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죠. 무엇보다 가사가 정말 좋았어요. 저는 곡을 쓸 때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수는 없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뭔가 '탁' 왔어요. 너무 좋았죠. 그래서 이 곡을 어떻게 하면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오래살지는 않았지만 가사를 제 인생에 대입해서 해석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 햇빛촌 멤버가 됐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케브) 너무 잘 됐다고, 너무 좋은 기회라고. 네가 어떻게 그런 기회를 잡았니 하고 기뻐해 주셨어요.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은 거니, 솔선수범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주셨고요. 제 주변에서도 '잘 됐다', '축하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어요.

    - '유리창엔 비' 뮤직비디오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고뇌하는 듯한 케브 씨의 모습이 노래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케브)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제가 노래를 흥얼거렸는데요. 감독님께서 '뭐야?' 하시더니, 갑자기 영감을 받으신 듯 '이걸 넣으면 괜찮겠다'고 하셔서,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게 됐어요. 처음이다 보니 너무 어색하고 떨리고 긴장됐는데요. 주변 분들이 잘 한다고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부끄러웠지만 재미있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 ▲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지난 7일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 레전드 듀오 '햇빛촌'이 지난 7일 뉴데일리와 컴백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정상윤 기자
    - 뮤직비디오의 색감이 굉장이 예쁘더라고요. 그런 컬러가 주는 느낌이 뭔가 오묘했어요.

    ▲(케브) 원래는 욕심부리지 말고 저희가 작업하는 모습을 그냥 편안하게 보여드리자는 취지로 촬영했는데요.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갑자기 막대기(?) 5개를 가져오셔서 전원을 키자, 보라색이나 초록색 같은 빛이 나더라고요. 나중에 모니터를 해보니, 굉장히 힙한 조명이 멋지게 나왔어요. 뭔가 섭외된 장소에서 찍은 느낌이 났죠.

    (이정한) 늘 작업하던 익숙한 공간에서 찍었는데, 그런 자그마한 변화를 주니 색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케브) 예정된 스케줄을 성실히 잘 소화할 계획입니다. 햇빛촌에는 다른 좋은 음악들도 많이 있는데요. 열심히 준비해서 팬 여러분께 순차적으로 들려드릴 계획이에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 다양한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이정한) 햇빛촌의 음악을 듣고 여러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케브의 연령대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햇빛촌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특히 MZ세대 '뉴 보컬'을 영입했으니, 거기에 걸맞는 행보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