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박근혜정부 이어 3번째 안보리 진출… 2024년 1월1일 임기 개시한국의 4대 중점과제는 평화 유지·구축, 여성·평화, 사이버안보, 기후외교부 "최빈국에서 OECD 공여국 성장한 경험 살려 가교 역할 할 것"황준국 "한·미·일 3국이 같이 안보리에서 北 문제 다루는 것은 의미 있다"박인국 "안보리 회의론? 안보리 진출은 한·미·일 공조 강화할 좋은 기회"조태열 "내전국가 평화 구축에 평화구축위원회 前 의장국으로서 기여해야"조희용 "유사 입장국 연합전선 펼치되 동북아 넘어 '다자외교' 지평 넓힐 때"
  • ▲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투표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투표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외교 슬로건인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글로벌 외교를 실현할 최적의 장(場)을 확보했다. 

    한국은 전쟁을 극복하고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유일한 국가이자 유엔 평화구축위원회 전 의장국으로서, 내전과 분쟁에 시달리는 국가들의 평화구축(peace building)과 평화유지(peacekeeping)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실시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192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인 180표를 얻어 2024~25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6~97년,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14년에 이은 세 번째 안보리 진출이다.

    한국은 1995년 유효투표 177표 중 156표, 2012년 193표 중 149표(2차 투표)를 얻었는데, 이번 180표 득표는 역대 최고 기록이자 '선전'(善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전쟁, 북핵문제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전체주의 진영의 대립이 나날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12표를 제외한 모든 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표결에서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이 아닌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지만, 안보리에서 ▲평화유지(PKO)·평화구축에 기여 ▲여성과 평화 안보에 기여 ▲사이버안보에 기여 ▲기후변화 극복에 기여 등 논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외교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한국은 최빈국에서 OECD 공여국으로 성장해 나간 경험을 토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미·일 3국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동시에 활동하게 된 것은 1997년에 이어 이번(2024년)이 두 번째다. 국내에서는 한·미·일 3각공조 강화에 따른 기대감과 함께, 최근 몇 년간 대북제재 결의안에 줄곧 거부권을 행사해온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안보리 회의론'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선출이 확정된 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계속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는데 한·미·일 3국이 같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박인국 주유엔대사. ⓒ뉴시스
    ▲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박인국 주유엔대사. ⓒ뉴시스
    박인국 前 유엔대사 "안보리 회의론? 한··일 공조 강화할 좋은 기회"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임기 2008~11)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진출이 결과적으로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할 좋은 기회인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사는 "안보리에서는 공식 회의보다 소규모 회의가 더 자주 열린다. 북핵문제가 불거지면 안보리에서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소위 '웨스턴 그룹'과  한국·일본 등 5개국, 미국·한국·일본 등 3개국이 모이는데, 이러한 소규모 회의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논의가 이뤄진다. 그다음에 중국·러시아와 협상하고 그 협상이 잘 되면 공식 회의로 가기 때문에 소규모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사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안보리에서 북핵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문제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 미국이 개별 제재나 '세컨더리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정부 등을 대상으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 ⓒ연합뉴스
    ▲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 ⓒ연합뉴스
    조태열 前 유엔 대사 "내전 중인 국가들의 평화 구축에 기여해야"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임기 2016~19)는 통화에서 "한국이 유엔 안보리의 '인사이더'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대화하기 싫어도 대화해야 하는 안보리라는 장(場)에 한국이 과거에 비해 유리해진 입장으로 들어갔으니 환경적인 요인이 좋아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이 안보리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한·미·일 3각공조는 이뤄져왔고, 지정학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7년 유엔 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을 맡았던 조 전 대사는 특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국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안보리 외교의 초점이 돼야 한다. 한반도의 시야에만 갇혀 있으면 유엔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못하게 된다"며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로 '평화유지활동과 평화구축활동의 유기적 연계'를 꼽았다.

    조 전 대사는 "한국은 6·25라는 전쟁을 겪었고, 전쟁의 상흔을 극복해서 나라를 재건하고 번영을 이뤄낸 유일한 나라이고, 2017년에 유엔 평화구축위원회 의장국 활동했다. 한국이 이러한 경험을 살려 안보리의 '평화유지'활동과 평화구축위원회의 '평화구축'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내전이 종식된 나라는 안보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평화 구축 과정을 잘 도와주지 않으면 90%가 다시 내전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평화유지와 평화구축, 여성과 평화 안보, 사이버 안보, 기후와 안보 등 네 가지 분야를 중점과제로 제시했는데, 평화구축위원회 의장국으로서의 경험과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점을 살려 안보리에서 좀 더 창의적인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내년 6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으면 이 중점과제들을 어젠다로 잡고 활동할 것 같다"고 전망한 조 전 대사는 "윤석열정부의 외교 슬로건인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외교현장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의 폭을 확장하고 한국 외교의 내용을 더 실질적으로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했다.
  • ▲ 브리핑 중인 조희용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 브리핑 중인 조희용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조희용 前 대사 "유사 입장국과 연합전선 펼쳐야… 다자외교 지평 넓힐 때"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동아시아지역 협력대사, 동북아2과장 등을 역임한 조희용 전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193개 회원국 중 투표에 192개국이 참여했는데 적정한 합격점수(128표)를 넘어 180표를 득표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조 전 소장은 "특히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비상임이사국이 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P5'(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리의 효용성과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일본과 같은 유사입장국들(like-minded countries)과 '연합전선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전 소장은 "그동안 한국은 너무 북한문제, 동아시아에서의 한·미·일 문제, 동북아 정세에만 집중해왔다. 세계 다른 지역의 안보문제, 그리고 사이버 안보나 인공지능(AI), 기술혁명,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등 안보를 규정하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폭넓게 보고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번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한국의 지평과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