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인가 여론강요인가여론조사에 시달리는 시민들복수번호 사용, 현행법상 문제없다?
  • 여론조사 업체들의 무분별한 ARS 통화 남발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같은 여론조사 업체가 복수의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조사에 응하기 싫어 특정 번호를 차단한 사람이 다른 번호로 걸려온 동일 업체로부터 같은 내용의 전화를 수차례 받는 일도 발생해 '여론조사기관이 응답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응답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NGO저널에 따르면 시민 A씨는 최근 여론조사 업체 '우리리서치'로부터 경기도 지역 내년 총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 지난 5월 12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RDD(무작위 걸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업체로부터 같은 날에만 세 차례 여론조사 설문 전화를 받은 A씨는 참다못해 발신번호를 차단했지만 다음 날 같은 업체로부터 또다시 걸려온 세 차례의 전화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각각 다른 발신번호로 걸려온 탓에 동일한 업체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우리리서치에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회사가 여러 개 발신 번호로 똑같은 사람에게 계속 전화를 거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우리리서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한 개의 번호가 아닌 복수의 번호를 무작위로 사용해 전화를 건다"며 "해당 번호가 실제로 존재하는 번호라면, 발신번호를 복수로 사용해도 공직선거법 등으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씨의 경우 '재발신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실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NGO저널에 "조사기관 명칭과 목적을 밝히면 발신번호를 몇 개를 쓰든 상관없다"며 여론조사 기관이 동일 표본에 복수의 발신번호를 사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 업체 발신번호를 차단해도 또 다른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막을 수 없다면 결과적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상번호의 경우 통신3사에 가상번호 제공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그렇게 조치하면 여론조사 기관에 자기 전화번호가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여론조사 기관도 영업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또한 "여론조사 피조사자로 선정된 사람의 경우, 응답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하기 싫은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해서 각 개인이 권리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전화번호는 민감한 개인 정보 부분이라 선관위가 개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장달영 변호사는 "(여론조사 기관의 무차별 전화 등) 그런 문제가 공론화돼 필요성이 인정되면 관련 입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또 굳이 국회에서 입법되지 않더라도 통신사 약관을 통해 제3자에 정보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안심번호를 제공하지 않도록 선택사항을 넣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관련법 정비 등) 여심위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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