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정진상 뇌물 혐의 4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민간업자 통해 돈 마련, 국회의원·지역위원장 포섭할 계획""정진상·김용 유흥주점 술값 4000만원 내주며 친분 쌓아""정진상, 자신과 이재명 동일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선거를 준비할 당시 측근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0억원의 정치자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등 2명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4차 공판에는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선거를 준비하던 2010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동석한 술자리에서 "정치자금이 필요하니 만들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면 최소 10억 정도는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어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면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조합장 활동을 했던 제가 개발사업 등 건설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며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과의 친분을 통해 그 돈을 마련하고, 이를 정진상과 김용에게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0억원의 사용처를 두고 유 전 본부장은 "국회의원들과의 교류나, 국회의원에 당선 못한 지역위원장들을 포섭하는 데 돈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 10억원을 만들자고 계획했을 뿐,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10억원 계획이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됐느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 ▲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술값을 내주며 신뢰를 쌓은 배경,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말 무렵 김인섭 씨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이재명 대표, 정 전 실장, 김용 전 부원장 등과 만난 이후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후 2010년 6월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무렵까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함께한 유흥주점에서 자주 술을 마셨다고 유 전 본부장은 회고했다. 당시 술값은 최소 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나왔는데 자신이 모두 결제했다고 한다. 2010년 6월쯤부터 외상으로 달아둔 4000만원을 현금으로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와 본인을 동일시했다"며 "대장동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무렵 정 전 실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정 전 실장이 '감히 나를 언급하네? 나를 공격하는 것은 이재명을 공격하는 것인데'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이 말하기를 '이재명과 언제든 시장실 문 박차고 들어갈 수 있는 사이가 돼야해. 너도 빨리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라고 말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재명과 정진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모든 것을 공유하는 관계로 보느냐"고 질문하자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청·경기도청의 모든 공무원이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모든 것은 정진상을 거쳐 이재명 대표에게 올라가는 구조였다. 특수한 경우에만 이 대표와 직접 대화했다"며 "제가 이 대표에게 보고할 때도 '진상이랑 협의했느냐'가 중요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실장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 및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각종 사업 추진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사업 특혜 제공을 대가로 지난해 2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의 보통주 지분 중 24.5%(공통비 공제 후 428억원)를 나눠 가지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에 버리라'며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