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탄신 148주년' 맞아 기념식… 이영일·박범진 등 50여명 참배한화갑 "존경받는 지도자상 만들어야… 참배 계기로 국민 화합 이뤄내자"이영일 "이승만은 국민 섬긴 대통령… 4.19세대가 앞장서 갈등 역사 청산"박범진 "정치적 책임보다 오늘의 대한민국 있게 한 건국 공로가 훨씬 크다"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등 각계 인사들 "대한민국 현대사 살리자"
  • ▲ 4.19세대 각계 원로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화갑 전 의원,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이영일 전 의원. ⓒ서성진 기자
    ▲ 4.19세대 각계 원로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화갑 전 의원,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이영일 전 의원. ⓒ서성진 기자
    63년 만에 이뤄진 화해다. 4.19 민주화 혁명을 이뤄낸 주역과 각계 원로들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4.19 주역들이 건국대통령 우남(雩南)의 묘역을 찾아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만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을 맞아 열린 참배 행사에는 학연, 지연, 여야를 막론하고 이영일·박범진·김봉조·한화갑 전 의원,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이인호 전 KBS 이사장 등 4.19 세대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듯 손을 마주 잡고 안부를 묻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행사장이 정리되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학교 총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택휘 전 총장은 "63년 만에 이곳에서 다 같이 얼굴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그동안 여려 갈등과 분열을 겪었으니 이젠 화합의 시대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60여 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아직 우리 민족은 통합하지만 못했다"며 "이제는 역사를 통합과 화합, 화해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우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 중인 한화갑 전 의원. ⓒ서성진 기자
    ▲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 중인 한화갑 전 의원. ⓒ서성진 기자
    '리틀 DJ' 한화갑 "민의존중 자진 사퇴...새로운 정치문화 창출해야"

    이날 행사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민주당 대표를 지낸 '리틀 DJ' 한화갑 전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갑 전 의원은 참배 후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할 때 낸 성명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며 "국민이 물러나라고 하니까 물러나겠다는 그 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민의를 존중하는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마지막에 국민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일생을 끝냈지만, 평생을 조국의 독립, 6.25 전쟁 이후 한미방위조약으로 안보를 확보하는 등 치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은 한 편에선 욕을 먹고, 칭찬도 받게 되는데 오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지도자들 모두가 욕을 먹는다는 건 국민이 똑똑하지 못하다는 증거"라며 "우리가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역대 대통령 장점 만들어주기 운동을 하자고 제가 꾸준히 제안을 해왔다"고 역설했다.

    "정당·계파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받드는 지도자상 만들어야"

    한화갑 전 의원은 "제가 평생을 모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얘기, 긍정적인 얘기가 있다. 모든 대통령이 훌륭하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앞으로 우리는 과거에 어느 정당, 계파에 속했느냐를 따지기보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양극화와 극단적 갈등이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는 선거 이후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준 사람이나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이나 서로 웃으면서 얘기했다"며 "지금은 내 편이 아니면 반대자가 아닌 적으로 본다. 말살의 대상으로 본다. 정치가 이렇게 타락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제 우리가 4.19 때 민주화를 위해 일어났던 그 정신 그대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굳건히 내리고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추앙받는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데 우리 여생을 바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우리 민족이 훌륭한 민족이라는 걸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우리가 다 같이 받드는 지도자상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혹여 5년간 아무것도 안 한 대통령이 있다면 그건 국민의 책임"이라며 "이번 참배를 계기로 새로운 정치 문화의 창출, 그리고 국민 화합을 위한 마음 속으로부터의 운동이 전개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화갑 전 의원의 기념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한화갑 전 의원은 기념사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 이영일 전 의원. ⓒ서성진 기자
    ▲ 이영일 전 의원. ⓒ서성진 기자
    이영일 "국민적 화해 차원에서 4.19 세대가 모범 보여야"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영일 전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면 하야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뜻을 섬겼다"고 회고했다. 또한 "전 세계 모든 독재자가 자기 목숨과 정치권을 일치시켰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 뜻에 따라 정권을 내려놓고 화해함으로써 공명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했고, 다시금 민주공화국이 지속됐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영일 전 의원은 4.19 혁명을 이끈 주역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당시 서울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이영일 전 의원은 "우리가 정말 감사해야 할 분이 이승만 박사라는 것을 4.19 당시에는 몰랐다"며 "이제는 4.19 세대와 이승만 전 대통령 사이에 있던 마음의 간극을 완전히 씻어버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참배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참배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린 건 아니다. 학연, 지연을 다 떠나 4.19 세대 중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것"이라며 "건국 대통령에게 씌워진 독재 프레임을 벗겨드리고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로 만들어보자는 화해의 뜻, 국민적 화해의 차원에서 4.19 세대가 먼저 참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박범진 전 의원. ⓒ서성진 기자
    ▲ 박범진 전 의원. ⓒ서성진 기자
    박범진 "정치적 책임도 있지만 공로가 더 커"

    이영일 전 의원과 함께 4.19 혁명을 주도했던 박범진 전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다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건국 대통령의 공로는 훨씬 더 크다고 본다. 그 공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그동안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분의 건국 공로, 그리고 6.25 전쟁 이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지난 70년간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한 공로는 굉장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병두 "여러 갈등 치유 위해 이승만-4.19부터 화해해야"

    4.19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은 "지역·세대 등 여러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제일 먼저 착수해야 할 것이 이승만과 4.19의 화해다. 그래서 기꺼이 참배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손병두 전 총장은 "영호남부터 세대·계층 간 여려 갈등이 있지만 우리 역사의 큰 물줄기에서 보면 이승만과 4.19는 벌써 화해를 했어야 될 일이었다.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젠 갈등으로 갖고 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 ▲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서성진 기자
    ▲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서성진 기자
    이인호 "이승만의 건국혁명은 역사에서 유일한 성공적인 혁명"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역사에서 유일한 성공적인 혁명인 건국혁명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인호 전 이사장은 "국민이 주권자가 됐고, 반공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나라가 탄생했고, 법적 기틀도 마련됐다. 당시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녀 동등권이 정치적으로 보장됐고, 교육받을 권리도 보장된 큰 사건이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 당시 다친 학생들이 있는 병원에 방문해 '불의를 보고 항거하지 않는 건 젊은이들이 아니다'라며 칭찬했다는 것이 4.19 정신의 정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인호 전 이사장은 "4.19는 혁명이 아닌 의거였다"고 했다. 그는 "4.19는 당시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고자 일으킨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본래 이상에 맞게 제대로 돌려놓겠다며 희생을 무릅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참석자들이 참배 중인 모습. ⓒ서성진 기자
    ▲ 참석자들이 참배 중인 모습. ⓒ서성진 기자
    인보길 "4.19는 국민교육의 결과이자 이승만의 마지막 성공"

    인보길 뉴데일리미디어그룹 회장은 "4.19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국민교육이 성공한 결과이자 그의 마지막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의식을 익힌 학생들이 부정선거를 보고 시위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인 회장은 "3.15 선거는 당시 야당의 대통령후보 조병옥이 미국 가서 위암을 치료하다 사망했기 때문에 이승만은 사실상 단독 후보였다"며 "결국 부통령후보 이기붕과 장면 간의 대결이 됐는데, 자유당 실세들이 이승만이 죽으면 권력을 이어받으려고 부정선거를 감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중국 장제스의 사퇴 위로 편지에도 '나는 위로 받을 이유가 없다. 똑똑한 국민이 있으니 이 나라의 장래는 밝다'고 답장했다"고 부연했다.
  • ▲ 4.19세대 각계 원로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4.19세대 각계 원로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아래는 참배에 참여한 주요 인사 명단이다.

    △공선섭 전 리비아 대사 △구월환 전 연합뉴스 상무 △김경재 전 의원 △김명수 전 평통사무총장 △김봉조 전 의원 △김석우 전 통일부차관 △김용균 4월회 회장 △김용술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김주섭 전 국무총리 공보비서실장 △김중위 전 환경부장관 △박범진 전 의원 △방병채 전 불가리아 대사 △박석흥 전 문화일보 국장 △박하진 전 통일교육원 교수 △변정일 전 의원 △봉종헌 전 국립기상청장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성기훈 전 교육부 국장 △손병두 전 서강대학교 총장 △신중신 전 국정홍보처장 △안동일 전 4월회 회장 △엄준걸 전 해사 총동창회장 △원철희 농협중앙회장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국희 공인회계법인 대표 △이순길 영인과학 회장 △이영일 전 의원 △이인원 전 문화일보 부사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 △이재후 김앤장 대표 변호사 △이주혁 전 경인방송 사장 △이진 전 국무총리비서실장 △이태섭 전 과기처장관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인보길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장두석 글로벌 코리아포럼 상임대표 △정용상 공정과 상식 포럼 상임대표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한기호 전 운송신문 사장 △현승일 전 국민대학교 총장 △홍성원 전 광명시장 △곽병선 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박유재 Enex Korea 회장 △서병철 전 외교관 △김현동 전 국립외교원 교수 △서지원 전 유엔한국대표부 공보관 △박삼옥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 △주광일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최동우 전 연합통신 상무이사 △이일희 전 서울특별시 시의원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허철부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한화갑 전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