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7일 국회 국방위서 한일 정상회담 비난 피켓시위의원 노트북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與 "이재명 방탄 죽창가 선동이 국민 안전보다 중요한가"'北 미사일' 보고하러 왔는데… 국방부장관, 대기하다 퇴장
  • ▲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게시된 피켓 메시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불발됐다. ⓒ연합뉴스
    ▲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게시된 피켓 메시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불발됐다. ⓒ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민주당의 '태극기 피켓'으로 인해 불발됐다.

    이에 따라 국방위는 오는 23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국방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민주당, 北 보고 받아야 하는데… '피켓시위'

    당초 국방위는 이 자리에서 1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따른 우리 군의 대응 등을 보고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방위는 개의 선언도 하지 못한 채 약 40분 만에 여야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면서 파행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회의에 앞서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태극기 문양 아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문구를 붙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등에 따른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일본 측 요구만 수용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피켓을 제거해 주시면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이 입장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국회법 제145조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라는 말도 있다"며 한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회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어지럽힌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어 "문구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인데, 이것을 붙였다고 회의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피켓 제거를 거부했다.

    한기호 국방위원장 "野, 내로남불 아니냐"

    한 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고 질책했다.

    한 위원장은 "제 기억으로 작년 국감에서 피켓 때문에 상당기간 국감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먼저는 못하게 하고 지금은 하자고 하면 맞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전체회의는 파행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 속개를 목표로 회의장 밖에서 이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빈손으로 회의장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이 피켓은 태극기이고, (문구는) 정치적인 구호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인 교훈"이라며 "오후 2시에 다시 회의를 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를 거부하는 국민의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태극기를 핑계 삼아 일방적으로 국방위 개의를 포기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후에라도 국방위를 개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국방위원은 "국방위 역사상 피켓을 붙이고 회의 한 적이 없다"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이때까지 (피켓을) 한 번도 붙여놓고 회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민주당이 뗄 수 없다고 하니 회의가 안 되는 것"이라며 "관례를 깰 수 없고,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태극기 문양과 함께 역사 관련 메시지를 부착해 위원장이 개의를 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됐다. ⓒ뉴시스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태극기 문양과 함께 역사 관련 메시지를 부착해 위원장이 개의를 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됐다. ⓒ뉴시스
    이종섭 국방부장관, 여야 정쟁에 결국 퇴장

    결국 오후 2시30분쯤 여야 간사와 회의장에 입장한 한 위원장은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못한 전체회의는 23일 오전 9시30분에 하겠다"며 "이때 군사법도 통과시키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개정안도 의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오늘 하지 못한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업무보고는 내용이 필요한 경우 보완해서 23일 해 달라. 23일 회의 하고 법안을 의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우리는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태극기를) 걸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으로 우리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굴욕적이었다. 많은 공분을 사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에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랑스러운 국기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내거는 것이 해서는 안 될 행위인지,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북한이 어제 ICBM을 발사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방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비상식적인 정치공세로 국방위가 파행돼 유감"이라고 맹폭했다.

    신 의원은 이어 "국방위는 여야가 없다는 전통 아래 타 상임위와 비교해서 수십 년간 원만하게 여야 협치로 운영되고 있다. 그 전통 중 하나가 국방위가 정식 개의되는 동안 양당이 합의하지 않는 어떤 피켓도 부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죽창가 선동이 국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회의를 정리하던 한 위원장은 김 의원을 향해 "태극기 밑에 쓰여 있는 활자(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원이) 자꾸 '태극기만 걸었다'고 한다"며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바보가 돼버린다"고 질타했다.

    한편 북한 도발 관련 상황 보고를 위해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회의장에서 약 30분간 기다리다 회의가 파행하자 퇴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6일 오전 북한의 대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7형' 추정 ICBM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사거리 5500㎞ 이상의 ICBM급 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달 18일 화성-15형 이후 약 한 달 만이며 올 들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