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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화 칼럼] 망자(亡者)의 대리인들을 위한 나라

[르포]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의 실체

강유화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석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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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1-25 16:09 수정 2023-01-25 16:09

▲ (왼쪽)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팽목항)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오른쪽) 진도항 부두를 따라 정체모를 운동화가 놓여있다. 망자들의 것일까?

설 귀성길. 대한민국 국토를 달리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목 좋은 곳엔 무덤이 있다.’ 볕이 잘 들고 한눈에 봐도 ‘저길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겠구나’ 하는 자리는 망자( 亡者)가 차지했다. 절경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진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풍경 좋은 곳은 망자의 땅이다.

▲ 진도항 앞바다가 보이는 곳곳에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상징물들이 서있다.

남도 바다가 고요하게 펼쳐진 진도 팽목리 인근은 망자를 위한 항구가 되었다. 2014년 침몰한 세월호의 출항지라는 이유로 곳곳에는 망자를 기리는 건물이 들어섰다. 바다 물결 바로 앞에는 ‘0416 팽목기억관’ 이라는 큰 간판을 단 컨테이너 박스가, 남도의 섬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팽목항 인근 언덕배기에는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제작된 높이 12.5M의 거대한 노란 동상이, 팽목항으로부터 4.16km 지점으로 풀꽃들이 아름다운 산 중턱에는 ‘세월호 기억의 숲’이…. 

산자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팽목항의 원래 이름은 진도항이다. 조도, 관매도, 제주도 등 여행을 위해 여객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들르는 곳이다. 진도군민들은 진도항 여객선 터미널 오픈을 앞두고 세월호 옛 분향소 철거를 요청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팽목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지난해 진도군의 철거 요청에 반발해 기자회견한 바 있다. 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역사적 현장이고 상징적 장소이며 생명존중 가치를 배우기 위해서 기억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진도항(팽목항)에 위치한 세월호 분향소 외부모습과(위) 내부모습(아래).

이들의 말을 십분 받아들여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낡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규 여객선 터미널 건설 현장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서너 개의 컨테이너 박스는 흉물이 되었다. 분향소 안을 들어가면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방명록 2개, 노란색 모나미 볼펜 3 자루, 노란 리본 더미, 노란 실내화 5 켤레, 소화기 2개,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 몇 개, 304명의 사망자 얼굴이 프린트된 현수막 등이 놓여있다. 초라한 자리를 그나마 지키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마음이다. 시민들이 보낸 애도의 그림, 편지, 화분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월호 추모 및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비 및 지방비 예산만 110억원이다. 4.16재단은 정부로부터 60억원을 지원받았고, 세월호 참사 관련 3대 단체로 꼽힌다는 기억저장소는 민간으로부터 2억9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그 많은 지원금은 어디로 갔나? 지난 6년간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이들은 산자들의 안전 시스템을 위해 무엇을 했나? 

우리가 슬픔에 취한 동안 안산시에서 세월호 피해 지원비 수천만원을 타 낸 일부 시민 단체는  그 돈으로 수영장이 딸린 풀 빌라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여름엔 요트를 탔고, 시간이 나면 전주 한옥 마을, 제부도, 제주도 등 전국 유람을 다녔다. 망자들의 대리여행이었나?

어떤 단체는 지원금으로 북한 김정은 신년사, 김일성 항일 투쟁의 진실 등과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선거를 앞두고 주민 부녀회 등 소모임에 돈이 나가기도 했다.

역시 죽은 자에겐 돈이 필요 없다. 돈은 산 자들에게나 필요하다. 그것도 특히 망자의 대리자를 자처한 자들에게. 

‘0416 팽목기억관’으로부터 1km 떨어진 곳엔 ‘국민해양안전관’이 들어섰다. 세월호 추모 및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7월 개관 예정이다. 망자를 위한 추모공간은 이미 여러 곳인데도 목포시는 세월호 참사 15주기인 2029년에 맞춰 ‘세월호생명기억관(가칭)’을 또 건립한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머물렀던 고하도 인근에 매립지를 만들어 망자를 위한 건물을 세운다는 것이다. 

설에 고하도도 다녀왔다. 푸른 빛깔의 시원한 목포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다. 

‘아! 망자가 들어서기 좋은 땅이다!’ 산 자들이 점점 열 불나게 생겼다.

▲ 목포시 고하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목포 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승리 이후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머물렀던 유서 깊은 곳이다. 목포시는 고하도 인근에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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