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으로 대체… 文 주거원칙 '1가구1주택'은 삭제박용진·윤영찬 "문재인 지우기"… 전준위 "새 정치 상황에 맞게 바꿔야"
  •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준위 강령분과 1차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준위 강령분과 1차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헌법 격인 강령에서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1주택'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당 일각에서 "문재인 지우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성장' 노선을 위한 핵심 3대 축,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하려 한다"며 "변명할 여지 없는 문재인 대통령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심각성을 느낀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란 김대중의 가치를 소득주도성장이란 방법론으로 구체화시킨 문재인의 성취를 민주당의 강령에서 들어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정권을 빼앗긴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분과는 11일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1가구1주택'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안규백 전준위원장에게 보고했다. '촛불혁명' 문구를 빼자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앞서 전준위는 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강령 개정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다수 의원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 경제분야 강령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실직과 은퇴 등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 안정적인 소득주도성장의 환경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의 소득과 임금을 증가시켜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도 지난해 "최저임금을 초기에 너무 급격히 인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자인했다.

    '1가구1주택'은 다주택자를 적대시한 문재인정부의 주거원칙이었으나 이 역시 한국의 부동산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주택자를 향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집값폭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당의 강령 개정 움직임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이자 친문(친문재인)계인 윤영찬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부 지우기 작업, 당장 멈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달라졌다고 해서 당의 가치가 달라질 수는 없다"며 "체계적인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의원 설문조사와 전준위 강령분과 회의만을 통해 찬반 거수로 공당이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면 민주당의 가치는 물론 우리를 지지해 준 국민의 신뢰도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준위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문재인 지우기'라는 비판에 "소득주도성장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새로운 정치상황에 맞게끔 변화시키는 것이 맞다"며 "정권 창출을 못했으면 그것(문재인 지우기)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가구1주택' 문구 삭제와 관련해서도 "1가구1주택 원칙은 문제가 많다. 시골에 집을 갖고 있어도 2주택자로 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준위는 또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개정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당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이재명 의원을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민주당 내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이의 있다. 당헌 80조 개정 논의, 명분도 원칙도 없다"며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위해 퇴행하는 길을 걷지 않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