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범… 논란의 핵심, '경찰국'에서 '경찰대'로 전체 2.4% 경찰대 출신이 警 수뇌부 장악, 진급 속도에서도 큰 차이 보여盧정부부터 尹까지 '경찰대 개혁' 지속 거론… 8월 중 경찰제도발전위 출범경찰대, 현 상황 감안하면 세무대처럼 폐지 수순 밟을 것이란 관측 나와
  • ▲ 경찰국이 공식 출범한 2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경찰국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경찰국이 공식 출범한 2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경찰국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일부 경찰의 반발을 뚫고 2일 출범한 가운데, 논란의 불씨가 '경찰대 카르텔'로 번지면서 정부와 경찰대 출신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경찰 제도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8월 중으로 민관 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현 정부의 의지를 감안하면 경찰대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대 개혁'에 불씨가 붙은 이유는 '경찰국 반대'를 주장하며 윤희근 경찰청장후보자의 '총경모임'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아 항명사태를 일으킨 총경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총경모임'을 제안하고 추진했던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경찰대 4기 졸업생이다. 또 류 총경과 함께 '총경모임'에 참석했던 총경급 56명 가운데 40명이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140여 명 중에도 경찰대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 26일 "특정 직역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반대로 이익을 받는 불공정을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행정고시는 시험을 보지만,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20년 걸려야 가는 자리부터 시작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카르텔' 문제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2일 출범한 경찰국 인사에도 '경찰대 카르텔' 타파와 관련한 이 장관의 의지가 묻어있다. 국장을 포함한 16명의 직원 중 경찰대 출신은 우지완 과장(경찰대 11기) 단 1명에다, 경찰국을 총괄하는 국장과 주요 보직인 인사과장을 비롯해 경찰 출신 직원 12명 중 11명을 비경찰대 출신으로 채운 점에서다.

    경찰대 졸업하면 '경위' vs 순경은 15년 근속해야 '경위'

    경찰대는 역량 있는 경찰 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4년제 특수대학이다. 1981년 개교해 2021년 37기가 졸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13만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 출신은 3272명으로 전체의 2.4%다. 

    하지만 최근 4년간 고위직에 해당하는 경무관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이 68.8%를 차지하고 일반 출신은 4%에 불과하다. 전국의 현직 총경 630여 명 중 경찰대 출신이 60%에 이른다. 경찰 수뇌부를 경찰대 출신들이 장악한 셈이다.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은 승진 속도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경찰은 최고위 계급인 경찰청장(치안총감)부터 최하위 계급인 순경까지 11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순경 공채로 입직한 경찰관은 승진시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순경에서 경장까지 4년, 경장에서 경사까지 5년, 경사에서 경위까지 6년6개월을 근속해야 한다. 

    승진시험을 보기위해서는 계급별로 최소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순경에서 경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승진시험 없이는 15년6개월, 승진시험을 봐 매번 한 번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리는 꼴이다.

    반면 경찰대를 졸업하면 별도 자격시험 없이 곧바로 경위로 시작한다. 입학연령이 만 21세(현재는 만 42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던 2019년까지는 사실상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대학 졸업과 함께 6급 상당의 공무원이 된다.

    盧부터 尹까지… 정권 바뀔 때마다 거론된 '경찰대 개혁'

    이처럼 불공정 문제가 대두한 '경찰대'를 놓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정부를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 내에 특정 집단의 독주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대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경찰대 개혁론이 주를 이뤘다. 2013년 9월 당시 안전행정부는 '입학정원 축소' '일반대 관련 학과와 형평성 제고' '무료교육 및 졸업 후 경위 임용 특혜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대 개편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 정원을 기존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인 것을 제외하고는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2월 "어떤 분은 밑에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어떤 분들은 경찰대학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된다"며 "여러 가지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8년 경찰대 개혁 추진안을 발표해 100명이던 고졸 모집 정원을 50명으로 줄이고, 일반대학생과 재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편입을 허용하며, 학비지원·병역특례 등 특혜를 축소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후보 경선에 출마해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을 위해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경찰대 출신이 고위간부직을 독식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경찰대학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경찰대 폐지,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 적어 쉽지 않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 장관이 총대를 멨다. 이 장관은 오는 8월 국무총리 소속 민·관 합동 자문위원회인 경찰제도발전원위원회를 출범시키고 6개월 내 개혁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 정부의 의지를 감안하면 경찰대는 향후 세무대처럼 폐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행안부는 해당 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과 사법·행정경찰 구분,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제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인데 경찰대 개혁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세무대는 2년제 국립대학으로 경찰대와 같은 시기인 1981년 개교했는데 2001년 폐교됐다. 경찰대는 수사권 분리 등에 따라 전문적인 수사인력 양성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원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렇듯 9월 시행될 '검수완박' 법과 맞물려 경찰대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대를 폐지하고 경위 임용제도를 손보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경찰대 개혁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보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경찰대)을 만든 것이 오래된 우리 정부의 방침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와서 그분들을 특권층으로 매도하는 것은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만약 꼭 필요하다면 인사를 통해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적절히 잘 배려하면 될 문제지, 특정 대학 출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장관이 움직이는 것은 아주 졸렬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경찰대 폐지 반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