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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공무원 아들 "권력자들이 아빠 '폄훼'… 가족들 삶 짓밟았다"

사망한 지 1년10개월 만에 인천항터미널서 위령제하태경 등 진상조사단, 1박2일간 연평도 현장 점검

입력 2022-07-02 19:33 수정 2022-07-02 19:33

▲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아들이 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바다 속에 잠들어 계신 그리운 아빠께)'. ⓒ하태경 페이스북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위령제'가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렸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를 포함한 유가족 2명은 2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2층에서 고인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에서 해수부 공무원 서해피격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과 TF 민간위원인 김진형 전 해군 군수사령관,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 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등이 함께 했다.

고인에 대한 헌화와 묵념을 마친 이씨와 하 의원은 고인의 아들 A군과 딸이 직접 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차례로 대독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고인 아들 "너무 아파서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두려워"

A군은 '바다 속에 잠들어 계신 그리운 아빠께'라는 제목의 편지글에서 "아빠…, 이제는 마음 속으로만 불러보는 호칭이 됐고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눈물이 돼 버리는 가슴 아픈 호칭이 됐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빠는 바다를 사랑하셨고 늘 바다와 함께하셨지만, 엄마와 전 아빠가 사랑하던 바다를 더는 볼 수가 없게 됐다"며 "그 긴 시간 바다 위에서 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치셨을지, 의식이 희미해져 가면서도 엄마와 저 그리고 동생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리워하셨을지, 고통받으며 서서히 생을 마감하셨을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저와 엄마는 숨이 쉬어지지 않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와, 그 후로 바다에는 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A군은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빠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남은 가족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삶을 짓밟아도 그래도 저는 아프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빠, 솔직히 고백할게요. 저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서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족이 아님에도 아빠의 죽음을 왜곡하지 않고 아빠의 명예를 찾기 위해 함께 해주시는 대통령님, 변호사님, 국회의원 분들이 계셔서 더는 좌절하지 않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되겠다"며 "매일 밤 우는 동생이 더는 상처받지 않도록 제가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의 딸은 "아빠께 평소에 잘 못해드린 것 같아 항상 죄송해요. 같이 공원도 가고 같이 잤을 때 정말로 재밌고 행복했어요"라고 말하며 "저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아빠도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아빠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씨 발견한 '좌표' 묻자, 국방부 관계자 "군사기밀"

이씨는 "동생이 숨질 때 작은 조카(이대준 씨의 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며 "그래서 동생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3주 전쯤에야 아빠가 배에서 실종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카는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맙다며 '이제는 아빠를 안 기다릴게'라고 말했다"며 "사고 이후 가족들이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사고 후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 북한이 숨진 이씨를 발견한 위도와 경도를 달라고 하니 '군사기밀'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며 "나중에 소송을 통해 '좌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해군 군수사령관은 "이씨가 실종됐을 때 그 지점에 함정 하나만 보냈어도 이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군함이나 해경함이 있었다면 북한이 이렇게까지 함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일단 북한군이 이씨를 처음 발견한 위치를 알아야, 우리가 군함이나 해경함을 그쪽으로 안 보낸 것인지, 아니면 못 보낸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연평도로 출항… 1박2일간 사고 해역 조사

이날 오후 사건 현장 점검을 위해 연평도로 출항한 하 의원 등은 이씨가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을 살펴보고 '선상 위령제'를 지낸 뒤 3일 정오께 인천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앞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피격된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자진월북'이라던 종전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에 고인의 유족은 지난달 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윤성현 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전 해경청 형사과장 등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 2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2층에서 열린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의 위령제에서 형 이래진(57)씨가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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