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블랙리스트' 백운규 구속영장 청구 이어 박상혁 현 의원 수사선상정부대선공약개입·울산시장선거개입·라임옵티머스 등 줄줄이 수사목록에文 정권·청와대 '최정점'으로 수렴…대장동·성남FC·법인카드 유용 '이재명발' 수사도 '속도전'
  • ▲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이재명 후보가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선출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상윤 기자
    ▲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이재명 후보가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선출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상윤 기자
    전임 정권 장관,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 발굴을 도와준 혐의를 받는 정부부처까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칼날의 종착점이 이재명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탈원전 블랙리스트'는 신호탄일 뿐, '대장동 게이트', '성남FC 후원금', 김혜경씨 법인카드 등 법원 판결과 검경의 수사 라인에 올라있는 사안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수사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전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재수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사에 이어 박상혁 의원(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오후 기각됐지만 당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연결고리'로 박 의원을 지목, 윗선 규명을 위한 포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은 백 전 장관의 13개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 관련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개입 여부가 현재는 당시 행정관을 지낸 박 의원에게 한정돼 있지만 그보다 윗선으로까지 수사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 강요는 당연히 후임 기관장 임명과 연결되며, 이 과정에서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곧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또 한명숙 전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황창화씨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면접 예상 질의서와 답변서를 사전에 유출한 백 전 장관의 혐의가 규명되면, 산하기관장 선정 과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수사로 전선이 넓어질 수 밖에 없다. 행정관을 넘어 비서관, 수석비서관, 비서실장, 심지어 대통령으로까지 수사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공약 지원 의혹' 전 부처 확대 조짐… '청와대' 조준할 듯

    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정부부처의 '대선 공약 지원' 의혹도 상당한 폭발력을 가진 건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2일 각 부처에 보낸 공문에서 중앙지검은 '분야별 정책공약 작성 양식'을 파일로 첨부하고 이런 양식을 제공받고 이에 맞춰 자료 작성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검찰은 14일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경선 전 차관을 조사했다. 

    사건의 발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산업부와 여성가족부 공무원 선거 개입 의혹이지만,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졌을 수 있어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 부처를 검찰이 뒤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검찰의 행보는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윗선'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다른 부처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청와대 윗선이 개입했다는 추측에 설득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각 부처도 예전 정부와 달리 검찰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광폭 행보'도 이같은 상황과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선 주자가 받아줄 공약을 내라'고 일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의혹을 받은 박진규 당시 산업부 1차관을 질책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야권(현 여당) 등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산업부 차관에 부적절하다고 경고했지만, 여가부 차관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며 "청와대가 배후였으니 차관들이 마음 놓고 대선 공약을 개발해 여당(민주당) 뒷바라지 노릇한 것 아니겠냐"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정상윤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정상윤기자
    현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 문재인 청와대와 정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지지부진한채 남겨져 있다. 탈원전 블랙리스트와 대선공약 개입 의혹 수사가 전임 정권 수사의 신호탄이자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실 검찰로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백운규 전 장관을 시작으로 전 정권 각종 의혹을 하나씩 파헤쳐가면서 사안별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당분간 검찰발 사정정국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결국에는 이재명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수사가 향할 것 같다"며 "검찰이 특수통을 앞세워 정치검찰의 본색을 드러낸다면 반드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불쏘시개'… "검찰 전력 다할 것"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재수사 또한 사정정국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지난 2018년 청와대가 송철호 후보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 후보이자 당시 시장인 김기현을 낙선시키려 경찰에 수사를 지시하고, 당내 경선 후보 임동호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경선을 포기하게 종용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야당은 수사개입의 배후에 조국 민정수석이 있다고 의심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특감반에서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문서를 봤다"며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황운하(당시 울산경찰청장)가 등장하는 수사 동향 보고서"라고 증언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금융감독원이 칼자루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힌 이후 이미 금감원 내부 검토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의 '대책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청와대 실장·비서관급 5명, 더불어민주당 인사 7~8명을 포함해 정·관계, 기업인 등 20여명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옵티머스 내부 분쟁에 관여했거나 옵티머스 펀드 수익자로 참여한 걸로 기록됐다.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가세해 금융권 전반에서 이뤄진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것으로 수사가 전면 확대될 수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장동,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지난 정권에서 분명히 흐지부지됐던 면이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성' 측면에서도 없던 것으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청와대 등의) 직권남용에 관한 수사에 검찰은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금감원장이 금융비리에 관한 것을 포착하면 원래 검찰이 수사했지만, 지금은 금감원장이 검찰 전문가니까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4일 오후 경기도청 총무과, 의무실, 조사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가져나오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4일 오후 경기도청 총무과, 의무실, 조사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가져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9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 및 재판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게이트의 법원 판결과 함께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까지 이 의원 관련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격이라 수사가 본격화되면 상당한 수사 속도와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장동을 제외하면 이들 의혹 대다수가 경찰 수사 단계에 있거나 검·경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 경쟁까지 더해져 수사망을 더욱 옥죄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보장될 수 있는 시한이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9월까지) 상당히 촉박하기 때문에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법인카드 의혹 등 경찰과 검찰이 굉장히 경쟁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