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北 전역서 신규환자 26만9510여 명… 사망자 6명, 누적 사망자 56명"코로나 치사율 한국보다 낮아… 北, 실제 환자·사망자 수 축소 가능성”
  • ▲ 김정은의 지시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시행 중인 북한 평양 시내. 북한은 주민들의 외출까지 막는 격리조치를 실시 중이지만 이들에게 식량이나 생필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의 지시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시행 중인 북한 평양 시내. 북한은 주민들의 외출까지 막는 격리조치를 실시 중이지만 이들에게 식량이나 생필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관영매체가 16일 하루 동안 새로 코로나 증상을 보인 환자가 26만9510여 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환자는 148만3060여 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6명 늘어 56명이 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를 두고 “코로나 환자와 숨진 사람이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北 “16일 발열환자 26만9510여 명… 누적 환자 148만3060여 명”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에도 코로나 확산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5일 18시부터 16일 18시까지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발열환자 26만9510명이 발생했다. 이날 사망자는 6명이었다.

    4월 말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누적 발열환자는 148만3060여 명이며, 누적 사망자도 56명이 됐다. 완치된 사람은 81만9090여 명이며, 현재 치료 중인 사람은 66만3910여 명이다. 

    거센 코로나 확산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1만8800여 명이던 신규 환자는 13일 17만4440여 명, 14일 29만6180여 명, 15일 39만2920여 명에 이어 16일 26만9510여 명으로 늘었다.

    신문은 전날 북한군이 평양 시내 약국에 긴급투입돼 24시간 약품 수송·공급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유전자증폭검사(PCR) 키트나 장비가 없는 것은 물론 기초적인 해열제와 진통제도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내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가 관영매체 발표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교수 “北 코로나 치사율이 0.004%? 한국이 0.13%”

    국내외에서 북한 관영매체가 발표한 코로나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크게 축소돼 발표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코로나 환자 대비 치사율 때문이다. 세계일보 등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북한 내 코로나 사망자가 발표의 5~6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누적 발열환자가 121만3550여 명인데 사망자는 50명이었다. 치사율은 0.004%다. 보건환경이 우수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2차 또는 3차 접종까지 마친 국내 코로나 치사율이 0.13%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없는 북한의 치사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전문가의 의견도 전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치사율은 발생 연령과 백신 접종 여부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북한의 코로나 치사율이 0.004%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 환자 가운데 발열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미 확인됐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열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북한이 ‘유열환자(발열환자)’라고 집계하는 것을 보면 코로나 검사가 아니라 단순 발열증상만 갖고 환자를 집계하는 것으로,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전문가들 “北의 열악한 공중보건… 실제 코로나 상황 훨씬 심각할 것”

    해외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과 탈북자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마틴 맥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소바쥬 전 소장은 “열악한 북한 보건 시스템을 고려하면 코로나 확산이 상상한 것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에서는 아스피린 같은 해열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이 부족하고, 의료시설에 수도·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또한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도 없고, 주민의 절반이 영양부족을 겪는 현실에서 코로나가 퍼지면 중증 환자 발생 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고 소바쥬 전 소장은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북한의 후진적인 전염병 대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북한식 폐쇄방역 대응에서 가장 큰 난제는 발열환자를 격리하면서 식량 등은 보급하지 않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북한 당국은 발열환자가 생기면 격리만 할 뿐 식량 등은 보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배고픔을 못 견딘 발열환자들이 얼마 안 가 격리된 곳에서 도망친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실시하는 격리정책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북한이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면서 지역별 봉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방역정책을 고집하며 주민의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마틴 맥키 교수는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더라도 접종 시기가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맥키 교수는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리는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또한 북한에는 백신 접종에 필수적인 ‘콜드체인(의약품 운반·보관용 냉동설비)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갖추려면 국제사회의 협력과 조율이 필수임에도 북한은 외부인들의 모니터링 문제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맥키 교수는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