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재명, 2개월 만에 정치 복귀…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아국민의힘 "대장동 등지고 계양을로 도망쳐… 본인 수사 피하려는 것" "이재명 맞상대는 김부선" 일부 시각에… 국민의힘 "코미디" 부정적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강민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강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인천 계양을 후보로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이 고문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정치 일선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고문이 '배지'를 달고 면책특권을 이용해 '자기 보호'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찬반 의견 개진하지 않고 결정"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인천 계양을에 이재명 상임고문을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계양을은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곳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재명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직접 출마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것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고 동시에 이번 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오늘 비대위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고문 공천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원들이 언론에서 다른 얘기를 한 것이 있었지만, 오늘은 그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결정했다"며 "선택의 필연성에 대해 다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고문은 지난 3월9일 대선에서 패배한 뒤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고문을 향한 보궐선거 출마 요구가 계속됐다.  

    이 고문이 민주당 경선 후보였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이 고문이 직접 출마해 달라는 인천이나 수도권, 또는 전국의 요구들이 있기에 그 부분을 열어놓고 지도부가 판단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찬대·이성만·정일영·허종식 등 인천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 상임고문이 선거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함께 뛰어야 한다"며 이 고문의 출마를 촉구했다.

    앞서 당 내 일각에서는 이 고문의 출마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이 고문의 출마론과 관련 "등판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타이밍이) 빠르다. 대선 패배에 대해서 성찰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좀더 그걸 계기로 좀 더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한 번은 보여드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이 고문 출마 여부와 관련 "할 일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가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검수완박법 수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지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하고 같이 가는 것"이라며 "대장동 문제, 법인카드 문제 등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궐선거 출마한다는 프레임에 기름을 붓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본인 수사 방탄용… 정당성 없어"

    국민의힘은 이 고문이 자신을 향한 검·경의 수사와 관련해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 등 이른바 '방탄조끼'를 입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고문이 상대적으로 험지이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원장이 출마한 분당갑이 아니라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천 계양을은 선거구가 처음 생긴 2000년부터 16, 17대 송영길, 18대 이상권, 19대 최원식, 20, 21대 송영길 등 민주당 후보들이 내리 여섯 번 당선된 곳이다. 또 인천 계양구는 부평구와 더불어 호남 출신 인구가 많아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고문이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면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등 자신을 향한 경찰 수사를 '불체포 특권'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 고문 출마와 관련 "어떻게든 (이 고문이)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防彈)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시도는 국민들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후보는 "대장동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한 분이 대장동을 등지고 도망가려 하느냐"고 꼬집었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후보도 "인천은 경기도를 버린 탈주자이자 각종 비리의혹을 받는 범법자 이 전 지사의 도피처나 은신처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이낙연계, 당 결정에 따르는 분위기

    이 고문이 본격적으로 등판하면서 대선 이후 봉합된 이재명계와 이낙연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계 의원들은 당이 이 고문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낙연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이 결정했으니 이제는 한 길로 가야 한다"며 "이 고문이 당선돼서 정국 흐름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낙연계 의원은 "알아서 적절한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한다"며 "딱히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은 이 고문이 '수사 방탄용'으로 출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이 같은 분위기에 "현재 이낙연 전 대표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 없다. 사실상 정치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대선에서 1600만 표 이상 얻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일단 뭉쳐야 할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앞으로 윤석열 용산대통령과 이재명 여의도대통령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과거 김대중 청와대대통령과 이회창 여의도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이 고문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이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인천 계양을 후보가 누구냐는 묻는 질문에 "아직은 없다.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각에서 이 고문과 과거 스캔들에 휩싸였던 배우 김부선 씨를 맞상대로 내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우리 당이 코미디 클럽이냐"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