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박병석, 언론중재법 거부… 검수완박 중재 의사 비쳐 권성동 "임기 내 불명예스러운 일 하면 안 돼… 중심 잡아 달라"박홍근 "박병석, 책임 있게 문제 매듭지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혀"
  • ▲ 박병석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 박병석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검수완박 키맨'으로 떠오른 박병석 국회의장이 오는 23일부터 예정됐던 해외순방 일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박 의장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처리를 막아 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장이 법안 처리에 힘을 실어 주리라 보고 있다. 

    박병석 측 "중재의 뜻 갖고 있어"

    국회는 20일 공지를 통해 "박 의장이 계획했던 미국·캐나다 방문을 보류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방문 국가에 양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들 국가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의장께서 검수완박 정국을 중요하게 보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여야 사이에서) 중재의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19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검수완박 관련 쟁점사항이 해소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처리를 이달 내 완수해 5월3일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본회의 사회권을 쥔 박 의장의 해외순방 일정이 법안 상정의 변수로 작용했다. 이에 민주당은 민주당 출신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권한을 넘기도록 해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박 의장이 사회권을 그대로 쥐게 되면서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임기가 두 달여 남은 박 의장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처리에 부담을 느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의장은 지난해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던 것을 막아선 바 있다. 당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박 의장을 향해 'GSGG'(개XX)라는 표현을 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병석, 긍정적 역할 기대"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박 의장이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제동을 걸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박 의장은 언론중재법 관련된 사태 때도 직권상정하지 않고 양당에 '더 연구해봐라'해서 지금 특위가 만들어지지 않았느냐"며 "이번 출장을 취소한 이유도 그 정도의 마음자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문희상 국회의장은 민주당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 반대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께 말씀 드린다. 자신의 임기 내에 불명예스러운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중심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측도 박 의장의 해외순방 일정 연기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선인 특별보좌역인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런 악법이 자행되는 것을 방관하고 외국에 가면 본인도 나중에 역사의 방조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본인이 '직접 사회권을 가져야겠다' 이런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장이 민주당 뜻에 따라 법안을 처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 조정안을 낸다고 보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전 의원은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병석, 책임 있게 문제 매듭 지을 것"

    반면 정계에 입문한 뒤 20년 넘게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아온 박 의장이 쉽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오히려 박 의장이 검수완박 입법 처리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의장님이 계시면 더 힘이 될 것"이라며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의장님의 독특한 입장이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부담을 갖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입법에 의장님이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장이 순방을 보류한 것과 관련 "본인이 아마 책임 있게 이 문제는 매듭을 지으시겠다, 그게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그런 뜻으로 저는 읽힌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