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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두둔' 김어준은 모른 척… 법카 거론한 PD는 바로 '철퇴'

PD가 '김혜경 황제 의전' 비꼬자… 민주당, 고소·고발 운운‥ SBS '압박''민주당 항의' 다음날 PD 하차…"여당이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듯"청취자·정치권·언론노조, '내로남불' 與 비판…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

입력 2022-02-08 14:51 수정 2022-02-08 14:5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 ⓒ정상윤 기자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 중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휩싸인 김혜경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매일 낮 12시 SBS 러브FM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던 이재익(47) PD가 프로그램 하차 후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와 회사로부터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이 정치권의 외압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

SBS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하차 조치는 SBS가 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SBS 역시 "이번 조치는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민주당의 항의 때문에 진행자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PD가 언론 인터뷰에서 "SBS의 '윗선'이 민주당으로부터 고소·고발을 포함한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민주당과 SBS 경영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특히 야권에선 "딱 한 번 이재명 후보 측을 비판한 이 PD는 바로 잘리고, 그동안 수차례 이 후보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온 김어준과 변상욱 등은 여전히 진행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집권 여당의 이른바 '선택적 정의'가 작동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이런 사람이야' 틀고, 논평 한 마디… 바로 민주당 항의 들어와"

논란은 지난 4일 이 PD가 '시사특공대' 첫 곡으로 'DJ DOC(디제이 디오씨)'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PD는 노래가 끝나자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가 의미심장하다"며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이 방송에서 누구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이 방송 없어진다"고 염려하는 발언도 했다.

이 PD의 '염려'는 바로 현실이 됐다. 지난 6일 '시사특공대' 방송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감사했다"는 인사말을 남긴 이 PD는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작별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권에서 회사에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항의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내용이었다고 공개한 이 PD는 "항의와 함께 전해주신 요구도 들어드린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방송에서)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이었는데, 제 의도와는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PD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자,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며 "그날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저는 청취자분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야당·언론노조·네티즌 "언론자유 침해, 과잉 조치" 한 목소리 규탄

이 PD의 강제 하차 사실이 알려지자 '시사특공대' 게시판에는 SBS와 민주당을 성토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관련 뉴스가 속속 보도되면서 이 PD를 두둔하는 네티즌들의 댓글도 늘어났다. 다수 네티즌은 "듣는 청취자들이 공정했다고 하는데, SBS가 말하는 방송의 공정성은 누구를 위한 공정이냐"며 "우리 대장 '잭디'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야권으로부터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도 외압 의혹에 직면한 민주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7일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한다'라는 성명에서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정치권의 항의가 있자마자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한국PD연합회는 "민주당 관계자의 항의 전화는 방송 독립을 침해한 부당한 압력일 뿐 아니라, 어리석은 자해행위에 불과하다"며 "SBS가 정치권의 항의에 굴복해 '진행자 하차'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린 것은 '과잉 조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높은 수위로 규탄했다.

정치권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황실장은 "민주당의 언론 재갈 물리기 시도가 도를 넘었다"며 "권력으로 PD 한 명을 강제 하차시킬 순 있을 것이지만 후보 부인의 '황제 갑질 의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김어준은 계속 방송하게 하고, 이래서 대한민국이 언론탄압 국가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인 정의당 대변인도 "유신 정권의 금지곡 사태가 떠오를 만큼 어처구니없는 진풍경"이라며 "고작 1건의 민주당 항의로 단 하루 만에 담당 PD가 하차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김혜경 씨와 관련된 공무원 갑질·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뜨끔했나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노래 가사 딱 들어맞아"

논란이 커지자 SBS는 7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룰 때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진행자 이재익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으나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방송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민주당도 해명 입장을 내놨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방송 중 이재익 PD가 이재명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로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표현을 썼다"며 "방송은 공인이 하는 것인 만큼 특정 후보를 찍어라, 찍지 말라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부단장은 "하차 조치는 SBS가 한 것으로 저희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며 "선대위가 방송국에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해명 직후 "민주당이 방송국 '윗선'에 고소·고발을 운운하며 항의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되레 민주당과 이 후보 측에 '역풍'이 부는 분위기다.

이 PD는 7일 오후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발언은 매일매일 늘 해왔던 방식으로, 선거를 앞두고 민감해진 게 아닌가 싶다"며 "법적인 고소·고발을 포함한 강력한 항의였다고 들었다. 민주당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주체는 팀장, 센터장 등 윗선이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PD는 "그동안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비판해왔다"면서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매일같이 그 정도 수위는 유지해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환멸을 느낀다"며 "이런 게 바로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다수 네티즌은 "민주당의 처사를 보면, 공정성을 잃은 김어준은 진작에 사퇴했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는 사람이 이재명이 맞다'는 걸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어준·변상욱은 '유지', 이재익만 '하차'… 여당의 '선택적 정의' 실현"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소리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 공정방송감시단은 8일 발표한 '민주당의 언론 탄압... 선택적 정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친여 방송인'은 그대로 두고, 여당 대선후보를 한 번 비판한 진행자는 하차시키는 집권 여당의 불공평한 처사를 비난했다.

공정방송감시단은 "주진우는 KBS와 TBS 방송에서 '정책이나 언변, 태도가 부족하다' '술과 음식 앞에 굉장히 진정성이 있다'는 말로 윤석열 후보를 조롱하고 희화화했고, 김어준은 TBS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이재명을 좀 도와줘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변상욱은 YTN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야 한다'며 대놓고 선거 운동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정방송감시단은 "그런데도 이들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게 집권 여당의 힘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공정방송감시단은 이정현 전 의원의 사례를 예로 들며 "SBS에 '외압성 전화'를 건 민주당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의 전화가 방송에 실제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이 선고된 사실을 거론한 공정방송감시단은 "민주당이 SBS에 항의한 다음 날 이 PD는 방송에서 하차했다"며 "이 PD의 말대로 민주당의 영향력이 실현된 것이라면 이 전 의원의 건보다 훨씬 심각하다. 자기편이면 무죄, 상대편이면 유죄라는 민주당의 선택적 정의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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