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해경, 유족 인격 침해"… 해경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발표"유족들 "사과 한마디 없고 변명하기 급급"… 해경 상대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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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에게 피살당한 공무원 이모씨의 부인(왼쪽)과 김기윤 변호사가 7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해양경찰의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보상청구소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중인 모습. ⓒ뉴시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사생활을 공개했다가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인 해양경찰청이 유가족에게 "당시 발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유족이 아픔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유가족의 해명 요구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고 에둘렀다.유가족 측은 "사과의 내용은 한마디도 없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사과하랬더니 변명이 먼저… 사과문도 고작 두 문장에 그쳐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홍희 해경청장은 지난 7일 유가족에게 두 문단가량의 짧은 민원 답변서를 발송했다. 유가족 측이 지난 8월17일 해경 측에 보낸 '사과 및 해명 요구의 내용증명'에 따른 것이다.앞서 인권위는 해경 수사가 "유가족 측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는데, 유가족 측의 사과 및 해명 요구는 이같은 인권위 판단에 근거했다.김 청장은 해당 답변서에 "당시 해경의 수사 발표는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확인된 사실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발표한 것으로, 명예를 실추할 의도는 없었다"며 "유가족이 아픔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해경은 또 △고인의 도박 채무를 부풀려 발표한 이유 △객관적 증거 없이 고인을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한 이유 △고인이 실종·변사사건 피해자였을 가능성을 무시한 이유 등에 따른 유가족의 해명 요청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고만 답했다. -
- ▲ 해경이 지난 7일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에게 보낸 답변서. ⓒ김기윤 변호사
이씨의 부인은 "인권위에서 해경이 우리(사망한 사람과 유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냈는데, 해경청장이라는 사람은 말 그대로 사과 한마디도 없다"며 "이는 해경 발표로 고통에 시름하는 유가족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그러면서 "앞서 해경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바 있지만, 그것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죽은 남편과 남은 유가족을 향한 해경의 진심을 바란 것이었다"고 밝힌 이씨의 부인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 그런 금액을 청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유가족은 지난 7월15일 김 청장과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 등 해경 관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2020만922원으로, 이씨가 사망한 2020년 9월22일에 맞춰 산정했다."진심으로 사과하면 손배소 취하하려 했다"당시 이씨의 부인은 "언제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지만,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신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피살된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 역시 김 청장의 답변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해경청장이라는 사람이 사과하랬더니 유가족을 놀리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며 "해경이라는 조직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등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중간수사발표라고 언론사를 대규모로 불러내 인권침해를 하더니 '아픔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이라며 종이 한 장짜리 조건부 사과를 했다"며 "유가족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인권위 "해경 수사 결과 사실과 다르고 유가족 인격 침해"해경은 지난해 10월 어업지도 중 실종돼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모 씨와 관련한 수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이씨는 도박빚 때문에 정신적 공황상태로,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을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해경의 수사 결과가 사실과 많이 다르고, 유가족의 인격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인권위는 "일부 언론에서 피해자의 채무 상황 등에 대한 추측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공개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인권위에 따르면, 해경은 이씨의 상태와 관련해 전문가 7명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이들 중 1명만 이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이 전문가는 해경으로부터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전화로만 자문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