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돼서 애들 때리고 싶다" 복수심 때문에… 초등학생 때 꿈은 '교사'"때리는 사람 되면 안 맞을 수 있어서"… 관리자 되려고 검정고시학원 다녀성남시장 되자, 정책 비판한 시민 공개수배… 불편한 인터뷰에 전화 끊기도"박근혜 무덤 파자" "바지 내릴까요" "형수 XX년"… 막말로 숱한 논란 빚어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56) 경기도지사는 보통의 엘리트와는 다른 여정을 걸었다. '흙수저' 출신으로 변호사를 거쳐 도지사에까지 올랐고, 민주당 주류인 친문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여당 후보들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특유의 '사이다' 직설화법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의 과격한 성격 탓에 막상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국정이 위험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주제넘지만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벼랑 끝 서민들, 내 삶을 바꿀 정치에 관심 가질 여력조차 없는 절박한 주권자들의 뿌리 깊은 설움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이른바 '못 가진 자들'과의 동지의식을 정치적 정체성으로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난보다 아버지를 더 증오했던 이재명

    1964년 경북 안동시의 한 빈농의 가정에서 5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이 지사는 소년기에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부친이 도박에 중독돼 많은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꿈은 교사였다고 한다. 이유는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맞아서 선생님이 돼서 애들을 때려보겠다는 복수감정" 때문이었다고 2012년 트위터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 지사 가족은 1976년 고향을 떠나 철거민들이 주로 생활하던 성남에 정착했다. 이 지사의 부친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시장통에서 청소부 일을 했다. 모친은 같은 시장 화장실에서 사용료 10원, 20원을 받아 생계에 보탰다고 한다. 형제자매들도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 지사 역시 공장 노동자로 일찍 사회에 발을 들였다.

    이 지사는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이를 막아 갈등이 무척 심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젊은 날을 회고하면서 "아버지를 원망하며 필사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날"이었다고 적었다.

    "돌아보면 내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가난이 아니라 아버지였는지도 모른다"고 토로한 이 지사는 "그 강렬한 원망이 나를 단련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마음의 어둠도 만들었을 것"이라며 가난보다 아버지를 향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 ▲ ⓒ이재명 지사 트위터
    ▲ ⓒ이재명 지사 트위터

    공장에서 일하다 몸 다쳐

    첫 직장은 염산과 황동을 다루는 목걸이 가내수공업 공장이었다. 일당 200원, 월급으로 6000원을 받았다. 두 번째 직장은 붕산을 사용해 땜하는 공장이었는데 사장의 야반도주로 석 달치 월급을 떼였다. 세 번째로 취직한 동마고무 공장에서는 고무조각이 손가락에 박혔는데, 그 파편이 아직 남아있다.

    네 번째 직장인 아주냉동으로 옮겼을 때는 날카로운 함석조각에 찔려 뼈가 드러나는 사고를 두 번이나 당해 흉터가 생겼다. 이후 야구 글러브와 스키 장갑을 만드는 대양실업 공장에서 프레스에 왼팔이 끼이면서 골절상을 당해 장애6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1979년에 다닌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는 화학약품 스프레이 작업을 하다 후각을 상실했다.

    중·고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해야 했던 이 지사는 소년공 3년차 때 낮에는 일하면서 검정고시학원 야간반에 다녔다. 신분 상승을 꿈꾸게 된 동기는 '너무 맞아서'였다. 난청과 부분적 청각장애가 생길 정도로 작업반장의 구타가 심했다. 때리는 사람(고졸)이 되면 안 맞을 수 있었서 '나도 관리자가 되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받는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1986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선다. 피아노 전공의 부인 김혜경 씨와는 변호사 시절이던 1990년 같은 교회에 다니던 셋째형수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약 1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다.

    이 지사는 이후 경기도 성남시를 기반으로 공공의료원 설립 등 시민운동에 매진한다.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성남시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0년 성남시장에 도전해 당선된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이 지사는 SNS상의 막힘 없고 강렬한 어법의 메시지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급부상했고, 2017년에는 열성적 지지층의 힘을 받아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도전했다.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시민 상대로 '공개수배' 논란

    이 지사의 이 같은 '인간승리형' 스토리 이면에는 그러나 과격하고 감정적인 성향의 그림자가 있다. 2015년 12월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성남의 한 시민을 공개수배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한 시민이 시 정책인 청년배당과 관련 "재명아, 나랏돈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라는 비판댓글을 달자, 언사가 무례하다는 이유로 지자체의 수장이 글쓴이의 신상 추적을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또한 2016년 10월29일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 이 지사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연설하면서 "박근혜는 국민이 맡긴 권력을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에게 던져주고 말았습니다"라며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이 "'저잣거리 아녀자'와 같은 표현은 여성혐오 발언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그 해 12월3일 열린 6차 촛불집회 때는 박근혜를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여러분의 손으로 박근혜의 무덤을 파, 우리 손으로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곁으로 보내줍시다"라는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2017년 민주당 경선 때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정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 "저는 문재인 대표님과 경쟁하는 관계라서 안 지사님은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농담으로 말했을 수도 있지만, 안 지사 지지자들이 들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방송 인터뷰 중 일방적으로 전화 끊기도

    이 지사는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후 MBC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어요.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 하고 질문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잘 안 들린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이어폰을 빼고 스스로 인터뷰를 종료시켰다. 

    이는 당시 실제로 잘 안 들려서 끊은 것이 아니고, 이 지사가 일부러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홍보비 의혹과 관련 '국민의 짐'이라는 표현으로 야당을 거세게 비난했다. 국정감사 중에도 '국민의 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권주자급인 지자체장이 제1야당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이 지사는 이 발언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의 이 같은 직선적인 스타일이 호평받을 때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 관련 종교시설을 강제폐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발표하는 등 정부보다 발빠른 대처로 주목받았다.

    "의회민주주의에서 날치기 발언 위태로워"

    전문가들은 이 지사의 성격과 어법이 대통령후보로서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날치기'를 하겠다는 마인드는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부자에 적대적인 감정은 좌파들의 공동 특성인데,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치기'해서 표를 얻으려는 속셈 아니겠느냐"며 "사이다 화법이 주목받는다면 '한 나라는 국민 수준만큼의 정치가 행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지사의 스타일은 위기상황에서 해결방법을 내고 돌파, 추진하는 점이 돋보인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스스로도 '젠틀'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이다도 많이 먹으면 국민이 싫증을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는데 경선 토론회에서 나온 '바지 내릴까요'라는 발언 같은 것은 지양해야 하고, 앞으로 신중, 도전, 젠틀한 부분을 가려서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야 성공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지사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은 장점"이라며 "특유의 거친 스타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와 다르고, 대선주자로서 인기를 얻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검증①] 독학에 접목된 운동권 시각… 자기모순 빠진 이재명식 역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