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경제 성과를 '성격 좋은 강도'에 비유… '국부 이승만= 친일매국 아버지' 규정주한미군을 구한말 일본제국군에 빗대며 철수 주장…'미군= 점령군' 인식의 연장선'표현의 자유' 이유로 국보법 폐지 주장하면서, 대북전단 '표현의 자유'는 억압독학에 '해전사' 영향 받아 자기모순… 여권 지지 얻으려 '운동권' 표방하나
  • ▲ 내년 대통령선거를 약 8개월 앞둔 현재, 명실상부한 여권 유력 주자로는 이재명 지사가 1순위로 꼽힌다. 이재명 경기지사 자료사진. ⓒ강민석 기자
    ▲ 내년 대통령선거를 약 8개월 앞둔 현재, 명실상부한 여권 유력 주자로는 이재명 지사가 1순위로 꼽힌다. 이재명 경기지사 자료사진. ⓒ강민석 기자
    12세에 시작한 공단 노동자생활, 검정고시로 졸업한 중·고등학교, 중앙대학교 법학과(82학번) 입학, 그리고 28회 사법시험 합격 이후 시작한 인권변호사생활.

    2010년 성남시장 당선 뒤 경기도지사를 거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력이다. 이 지사는 청년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왼쪽 손목뼈가 골절되고 후각을 잃는 등 장애를 극복하고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컸다.

    대통령선거를 약 8개월 앞둔 현재, 명실상부한 여권 유력 주자로 이 지사가 1순위로 꼽힌다. 2017년 대선정국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스스로 '변방의 장수'로 칭했던 이 지사는, 4년 전에는 문재인(현 대통령)·안희정 후보에 밀린 '비주류'였다. 토론 과정에서 문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워, 강성 지지층 '친문' 세력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그랬던 이 지사는 야권 유력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구도를 굳히는 모습이다. 여권 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추격이 매섭다지만, 쿠키뉴스 의뢰로 10~12일 조사 뒤 14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43.9%의 지지를 받아 윤 전 총장(36.0%)을 오차범위 밖인 7.9%p 차로 앞서기도 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2006년 정치입문 뒤 16년 만이자 대선 도전 두 번째에 급성장을 이룬 셈이다. 

    치우친 역사인식과 국가관 논란 

    이 지사를 대상으로 한 검증은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사의 국가관 등과 관련한 논란은 그때와는 다르다. '미군은 점령군'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 등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권 도전 선언 뒤 자신의 고향 경북 안동을 찾아 논란성 발언을 했다.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한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라고 언급했다.

    논란이 일자, 이 지사 측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 군정기의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정통성 있는 합법정부인 이승만정부와 미국이 1953년 10월1일 조인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오고 있는 군대"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과 비슷한 취지의 이 지사 발언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이자 첫 번째 대선에 도전한 2016~17년 집중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발언은 2017년 1월31일 나왔다. 이날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고 규정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이 지사는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공'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2017년 1월24일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시민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발전과 근대화의 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면서 "이런 논리라면 일제가 한국을 침략해 철도를 깔았으니 공이 있다고 하고, 성격 좋은 강도에게는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예비경선 결과발표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 ⓒ정상윤 기자(사진=더불어민주당)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예비경선 결과발표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 ⓒ정상윤 기자(사진=더불어민주당)
    "매국세력이 친미세력으로 둔갑… 건국 첫 단추 잘못"

    이 지사의 이러한 시각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이 지사는 2016년 8월29일 브레이크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화 <덕혜옹주>를 본 소감을 밝히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며 "열강들의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져 한반도가 또다시 군사적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가 그렇다"고 단언한 이 지사는 "영화에서 친일세력, 더 정확한 표현은 매국세력이라고 해야겠다. 그 매국세력이 친미세력으로 둔갑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한미가 사실상 종속관계임을 보여주는 사건"(2017년 1월31일)이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과거 발언은 이 지사의 지난 3·1절 기념사와도 무관치 않다. 이 지사는 당시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세력의 반발로 우리는 친일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초년 시절 이 지사의 교육환경은 순탄치 못했다. 소년공 3년차이던 1978년, 이 지사는 공장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목이 끼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굽은 팔'이라는 별칭도 그래서 붙여졌다. 당시는 이 지사가 고입검정(중졸 과정)고시학원에 첫 발을 들여놨던 때였다.

    이 지사는 장애를 딛고 결국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 결과였다. 그는 공부 시작 3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후 1980년 대입자격 검정고시에도 합격한다.

    이는 앞서 발간된 이 지사의 저서에도 녹아 있다.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은 합니다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 이재명 첫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의 굽은 팔> 등이 그의 대표적 저서다.

    이들 자전적 에세이에서 이 지사는 개인사를 이야기하면서 치우친 역사관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드 배치 상황을 '동학농민혁명'에 빗대며 "물론 지금의 북한과 조선 말의 동학군을 단순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문제는 미국 역시 당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도 각오해야"

    그의 대미 인식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도 번졌다. 지난 대선정국, 이 지사가 분담금 삭감을 주장하자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문재인·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때문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당선자와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 ▲ 이재명 경기지사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이재명 경기지사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이 지사는 2017년 1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포린폴리시' 내용과 관련 "(내가) 주둔비를 깎아야 한다고 하는데 깎으면 충돌해서 철수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세계전략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이제 미군 철수를 우리가 각오하고 대비해야 된다. (미군) 주둔은 미국 이익을 위해서 와 있는 것을 분명히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 지사는 과거와 달리 두 번째 대선 도전 과정에서는 지지층의 확장을 의식한 듯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SBS와 인터뷰에서 "해방 직후의 미군과 정부 수립 후 미군은 전혀 다르다. (정부 수립 후 미군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주둔하는 것"이라며 "(미군 주둔은) 세계전략상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에게 핵우산도 제공하고 한반도 안보를 지켜주는 유익한 존재"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에 의한 것'이라는 과거 발언과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11월2일 일본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는 "나는 일본에 적대적이지 않고, 한일 양국은 공존공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한일관계 개선, 이를 통한 경제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엇나간 발언에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 지사의 국가관에도 의구심을 드러낸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 지사는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가 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마지막 보루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다"며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지만, 대북전단을 금지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지난 5월21일 '2021 DMZ 포럼'에 참석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평화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며 "더 많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 자유와 인권을 위협할 자유는 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표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군사대결을 초래하는 표현의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운동권이 아닌 이 지사가 여권 내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문재인정부의 주류인 586(50대·80년대학번·60년생) 운동권을 표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는 대학 시절 친구 이영진(경기문화재단 경영본부장)에게 이끌려 잠시 학생운동에 빠졌다 곧바로 공부로 방향을 틀었다.

    586이 학생 시절 유행한 서적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분단과 전쟁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의 '점령군' 발언과 관련 "이 지사 말대로라면 역설적으로 점령군이 지배받은 나라가 (북한보다) 더 선진국이 된 것 아닌가"라며 "이 자체만으로 이 지사의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