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 면담… "탈원전 文 정책 당연히 바뀌어야"국민의힘 입당 시기 안갯속… 이준석 경선준비위 출범, 윤석열에 입당 압박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상윤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상윤 기자
    야권 핵심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는 '윤석열이 듣습니다'의 첫 소재로 탈원전을 선택했다. 대권 도전 공식 선언 일주일 만에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을 겨냥하며 반문(反文)행보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입당 시기를 놓고 윤 전 총장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자 '8월 경선 시작'을 고수함과 동시에 가족 재판 엄호에 나서면서 입당을 압박했다.

    탈원전 반대 학자와 면담으로 민생행보 돌입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대에서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하는 것으로 민심청취 행보를 시작했다. 주 교수는 탈원전정책에 반대하는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이다. 이번 만남은 윤 전 총장 측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윤 전 총장은 주 교수에게 "원전은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라며 "탈원전정책은 당연히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까 점심 먹고 벤치에 있다가 사진을 찍어 달라는 원자핵공학과 학생들과 대화를 했다"고 밝힌 윤 전 총장은 "그 친구들이 꿈을 안고 입학했다가 탈원전정책이 시작되면서 공부하면서 고뇌가 많았다고 하더라. 참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제가 학생들에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올리면 여러분들이 공부한 것을 펼칠 기회가 많을 테니 주눅 들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 교수는 "그래도 씩씩하게 잘못된 정책이니 바뀔 것으로 생각하는 애들이 많다"며 "윤 전 총장께서 '법을 무시하고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고 말해 주셔서 반가웠다. 단어 선택을 아주 잘하셨다"고 화답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으로 수많은 청년·자영업자·중소기업인·저임금근로자들이 고통받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명 겨냥 "현실적인 역사관 가져야"

    주 교수와 면담을 끝낸 윤 전 총장은 "제가 총장 직을 그만두게 된 것 자체가 월성 원전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다"며 "정치참여를 하게 된 계기 역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를 직접 지휘하다 직무배제당한 일이 대권 도전의 계기라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도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정부에서 상식에 반하는 각종 정책이 왜 나왔느냐. 편향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최고 의사결정 공직자로 발탁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한 윤 총장은 "적어도 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지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현실적인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민심청취 이틀째도 탈원전행보를 이어간다. 6일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에 이어 카이스트(KAIST) 원자핵공학과 학부 및 대학원생들과 오찬을 한다. 안보를 우선시하며 문 정권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충청대망론'은 배제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천안함 구조작업 중 숨진 고(故) 한주호 준위 등의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라며 "장소가 충청이지만 이번 행보는 의제를 중심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대선경선준비위 출범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두고는 별다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나, 입당 시기를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두를 달리는 만큼 조기 입당이 아닌 독자행보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대선 진용 갖추기에 돌입했다. 윤 전 총장과 관계없이 당내 경선 일정을 계획대로 시작하며 입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서병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자세한 인선은 8일 발표할 예정"이라며 "경선준비위 활동범위는 당헌·당규상 규정된 경선 룰을 제외한 경선 과정 일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8월 버스론'을 재차 강조하며 서울시장선거에서 나타났던 야권 후보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대표는 "경선 개시 시점이 되면 국민들의 관심이 경선에 쏠릴 것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합류하지 못한 주자들에게 이득이 되는지는 지난 서울시장 경선 때 이미 봤다고 생각한다"며 "경선 전까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나가면 이기고 당내 주자가 나가면 진다는 분위기였는데, 경선을 통해 우리 당 주자들이 재평가되면서 당 밖 주자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다. (입당을 늦추는 것이) 과연 유의미한 전략일까"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 가족 재판과 관련해서는 엄호에 나섰다. 앞서 이 대표는 '비단 주머니'를 갖고 있어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해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장모의 1심 결과 가지고 이렇게 얘기할 것 같으면 나중에 민주당은 후보 본인이 전과가 있는 경우 얼마나 엄격하게 대응할지 한번 지켜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특수공무집행방해' '음주운전' 등 전과가 있다고 밝힌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