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감사위원 '靑 직행' 선례 만들어… "반헌법적 국가 운영이 바로 아주 나쁜 선례"
  • ▲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종현 기자
    ▲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종현 기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9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감사원 독립성을 끝까지 지켜냈다.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하며, 전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 받는 기관이 권력의 외풍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국가 운영이 아주 나쁜 선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 정권 내로남불 신물 나도록 봤다"

    그는 "정권의 검찰총장, 감사원장이 임기 도중 기관장에서 물러나고 살아있는 권력과 다른 길을 가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현 정권이 원인을 제공했고, 거기서 비롯됐다"며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 사퇴를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고 칭하는 것 역시 내로남불의 연장선"이라며 "본연의 자세를 지킨 사람들이 왜 이 정권의 연장을 멈추고자 하는지 그 원인에 대한 성찰부터 가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최 원장은 헌법정신이 제대로 지켜지고 헌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면 결코 사퇴를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당은 최 원장 선택을 개인의 대권 욕심으로 폄훼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출신 '김조원·김종호·김진국' 민정수석 임명

    문재인 정권에선 이미 '감사원 정치화' 논란이 발생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조원·김종호·김진국 등 3명이 감사원 출신이다. 김조원 전 수석은 전직 사무총장이었지만, 김종호 전 수석은 현직 사무총장, 김진국 수석은 현직 감사위원 신분일 때 청와대로 직행했다.

    그러자 감사원 피감기관인 대통령비서실이 감사원 사무처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정치권에선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에서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은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감사위원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 직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감사위원은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공무원 겸직이 금지되는 등(감사원법 9, 10조) 중립성이 더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최재형, 靑·여당 갑질에 따라 사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그만둔 것이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도 넘은 압박에 떠밀린 것이어서 갑질에 따른 사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문 정권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감사원장을 흔들고 인사권을 휘둘러 원장을 고립시키는 갑질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가동 중단 문제를 감사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자료를 444개 삭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국정 운영 방향이 불편하면 사퇴하라"고 공세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