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당·정·청 협의회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추진" 결정국회 비준 얻으면 국내법 효력… "선언 내용 지나치게 포괄적" 위헌 시비北 태도 변화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의무…"文, 임기 말에 말뚝 박기" 비판
  • ▲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27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 판문점선언에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조약처럼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이다.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1조) ▲항구적이며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2조) ▲항구적이며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3조)을 큰 축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 남북 철도 연결 등 3조 13개항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판문점선언 이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해상에서 총살해 불태운 사건이 벌어지는 등 남북관계가 파탄난 상황에서 판문전선언 국회 비준이 적절하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인영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지금이 적기"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1순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 매우 적기이고,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속도보다는 어떤 의미에서 여야를 떠나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인 탄탄한 합의 속에서 비준동의 절차가 밟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우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민주당·정부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 더불어민주당 고위 당정청협의회의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고위 당정청협의회의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청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남북관계 조기 복원을 위한 대화 재개 및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전부터 추진했던 것인데 좀 더 여야 간 대화해 빨리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며, 통일부에서도 그렇게 노력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이 국회 비준동의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판문점선언이 비준동의 사항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조약은 국내법의 효력을 갖게 되는데, 판문점선언은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위헌 시비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에 국내법 효력 부여돼… "위헌 소지 다분"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28일 통화에서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대통령령을 통해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져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판문점선언을 위반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 온당한지 묻는 여론도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이 포함됐지만, 북한은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불가역적 평화를 만들겠다고 하자마자 당·정·청에서 국회 비준동의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미사일도 쏘는 상황에서 판문점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법률적으로도 문제인데,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에 남북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말뚝을 박으려는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로 민생이 급한 시점에 왜 비준동의를 추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당에서도 숙의하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