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연구관검사 겸임은 이례적… 한명숙 사건 뒤집어 '명예회복' 꾀하려는 의도"
  • ▲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뉴시스
    ▲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뉴시스
    지난달 법무부가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공식 항의했다. 임은정 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발령하면서 수사 권한을 부여한 법적 근거를 밝히라는 취지다.

    인사 당시 법무부는 감찰업무의 효율과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그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강압수사 및 위증교사 의혹을 감찰해온 임 연구관에게 힘을 실어준 정치적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대검, 지난달 22일 임은정 수사권 부여 근거 묻는 공문 보내

    대검찰청은 지난달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법무부에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발령하면서 수사 권한을 부여한 법적 근거를 밝혀달라'는 내용의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에 임 연구원은 구체적 사건에 따른 수사권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냈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2020년 9월 당시 임은정 검사를 대검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인사발령하면서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며 "임은정 검사가 감찰부장의 지시에 따라 감찰 관련 업무를 수행해오면서도 비위와 관련된 범죄혐의를 밝히고 엄정하게 대응하는 데 권한상 한계가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감찰기능 강화 차원에서 임은정 검사에 대하여 검찰청법 제15조 제2항에 명시된 검사 겸임 인사발령을 함으로써 담당하는 감찰업무와 관련하여 수사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밝힌 법무부는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도 법무부는 '검찰연구관은 고검이나 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을 근거로 임 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발령냈다. 법무부는 당시 "임 연구관에게 수사 권한도 부여해 감찰업무의 효율과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를 받아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관의 겸임발령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대검의 견해다. 대검 훈령인 '대검찰청 사무분장규정'과 검찰청법 등에 따르면 검찰연구관은 검찰총장이 명하는 업무를 맡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 겸임 역시 검찰총장의 승인 또는 지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재소자 한모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6월 대검찰청 민원실에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 및 수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재소자 한모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6월 대검찰청 민원실에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 및 수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그간 대검에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강압수사 및 위증교사 의혹을 감찰해온 임 연구관은 수차례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다.

    임은정 "수사권 받아 감사한 마음"

    실제로 임 연구관은 자신의 인사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수사권이 없어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는데 어렵사리 수사권을 부여받게 됐다"면서 "다른 연구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수사권이지만 제게는 특별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인사에는 원칙이 있다"며 "지금까지 감찰연구원에게 수사권을 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감찰 조사를 한다 하면 내부적으로 한정해서 감찰담당 검사들이 조사하기는 했지만, 이번 인사는 원칙 자체를 흐트러뜨려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정황 등을 볼 때 이번 임 연구관 발령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사라는 의견도 나왔다.

    "원칙 흐트려놓은 인사… 한명숙 사건 뒤집으려는 의도 뻔해"

    김기수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대검에 소속된 임은정 연구관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하면서 중앙지검 검사로 발령낸 것인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북한식 정치공관을 파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현 정권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임 연구관이 맡았던 감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라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 전 총리 사건의 경우 감찰실에서도 수사할 수 있는데 갑자기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하면서 수사하면 결과가 나오더라도 일선 검사들이 이를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너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변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그간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이 났음에도 문재인정권은 지속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주장과 시도를 해왔다"며 "좌파의 대모라는 한 전 총리의 지위를 생각할 때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에 나설 것임은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 변호사는 "한 전 총리 사건에 강압수사 또는 위증교사가 있었다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에 따라 재심 청구가 가능해지므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뜬금없이 검찰총장도 아닌 법무부가 무리하게 수사권을 부여했는지 생각해보면 국민을 상대로 이 정권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미지 세탁이라는 무리수를 두고자 한다는 악의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