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희 "의료진 급여 체불이 K방역 민낯"… 의료계 "선거에 영향력 적으니 소모품 취급한 것"
  • ▲ 24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24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의 임금 체불액이 1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비가 부족하다"며 "예비비 부족분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는 대응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중수본은 체불임금을 신속히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K-방역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던 정부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기본적 보상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월까지 의료진 1431명에 185억2400만원 체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파견 의료진 미지급 금액 누계자료'를 23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임금 체불액은 지난달까지 모두 185억2400만원에 달한다.

    파견된 의료진은 총 1431명이다. 의사 255명, 간호사 760명, 간호조무사 165명, 지원인력 251명 등이다. 하루 파견근무 수당으로 의사 35만원, 간호사 20만원, 간호조무사 10만원 등이 지급된다. 여기에 위험수당으로 근무 첫날 15만원, 둘째날부터는 매일 5만원이 지급된다. 전문직 수당 하루 5만원도 별도로 지급된다.

    그간 중수본은 의료진의 계속된 체불임금 지급 요구에도 예비비 부족분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만 답하며 지급을 미뤄왔다.

    조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K-방역 홍보에는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장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의 급여는 체불하는 것이 문재인정부 K-방역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불필요한 홍보성 예산을 줄여 의료진의 급여 지급과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 24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24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논란이 커지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예비비를 통해 체불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예산이 부족한 부분은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가 추가 편성됐다"며 "24일 지자체별로 1차 예산 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수본, 24일 "지자체에 1차 예산 배정" 진화 나서

    윤 반장은 "각 지자체에서 현장 의료인력에 임금을 지급하기까지는 조금 걸릴 수 있어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겠다"며 "더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신속히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금 지급이 늦어진 이유로는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 환자 급증으로 파견 의료인력이 예상보다 많이 배정되면서 지자체별로 책정됐던 예산이 다 소진돼 지급에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료진 사이에서는 방역 홍보 때마다 '의료진 덕분'이라던 정부가 의료진을 소모품 취급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의료계 "정치적 영향력 약한 의료진 소모품 취급"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감염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의료진은 추운 겨울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만으로 일해왔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보상을 미루다 논란이 일자 이제야 예산 편성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표심을 얻기 위해 재난지원금은 세금을 들여 펑펑 쏟아붓던 정부가 의료진의 경우 정치적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급여 지급을 미뤄온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진료소에 파견됐던 한 의사는 "밀린 임금을 지급해달라고 계속 요구했으나 정확한 답변이 없어 계속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추위에 떨며 일하던 의료진 모두 아무 말 못하고 그저 기다리며 일만 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의사는 "언론을 통해 임금체불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다음날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며 "결국 진작에 지급할 수 있었다는 말인데,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열을 올리던 것의 10분의 1만큼만 현장 의료진에게 신경을 써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