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美·英·日 등은 인구의 2~11배 확보… 文정부는 말로만 "4400만명분" 도입 시기도 '아리송'
  • ▲ 지난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병원에서 한 간호사 화이자 백신 주사약을 손에 들고 있다. ⓒ뉴시스
    ▲ 지난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병원에서 한 간호사 화이자 백신 주사약을 손에 들고 있다. ⓒ뉴시스
    영국·미국·캐나다 등 선진국들에서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지만 접종 시기와 대상과 관련한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아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을 키웠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우리 국민의 일상 복귀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4400만 명분의 선구매한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1분기부터 제때 도입돼 차질 없이 접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는 "이미 확보한 물량 외에도 전문가 의견을 들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들을 중심으로 추가 확보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회사별 백신 물량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캐나다 1인당 10.9회, 미국 7.9회, 일본 2.3회, 베트남 1.5회 분 이상 백신 확보

    문제는 백신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 코로나 이전으로의 일상 복귀도 그만큼 지연된다는 점이다. 많은 국가는 일찌감치 백신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구 1인당 캐나다는 최소 10.9회의 접종 물량을, 미국은 7.9회, 일본 2.3회, 베트남은 1.5회 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 국가가 이처럼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이유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효과가 미비한 제품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동시에 여러 종류의 백신이 개발됐을 경우에는 가장 효과가 좋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이어 미국과 캐나다도 14일(현지시간)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인구 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백신 접종이 빠를수록 국민 대부분이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 이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시기도 앞당겨진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가 지난 10일 각국의 백신 확보 상황을 근거로 일상생활 복귀 시점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은 2021년 4월로 가장 시기가 이른 나라로 꼽혔다. 이어 캐나다 2021년 6월, 영국 2021년 7월, 유럽연합(EU) 2021년 9월, 호주 2022년 12월 순 등으로 주요 선진국은 내년 안에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에어피니티 "미국 2021년 4월, 일본 2022년 4월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복귀할 듯"

    반면 일본은 접종 시작이 늦어진 탓에 2022년 4월 무렵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에어피니티는 2021년 10월께 일본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 ▲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4400만명분의 선구매한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1분기부터 제때 도입돼 차질없이 접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반면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 시기가 불확실한 만큼 정상화 시기는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된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아스트라는 1000만 명분을 선구매 협약을 해서 내년 2~3월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신경계 이상반응 등으로 개발에 차질이 생긴 데다 충분한 임상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임상 3상을 하는 상황이라 빠르면 영국은 내년 1월, 미국은 내년 2~3월에 도입될 듯하다"며 "결국 아스트라에 불확실성이 많아 우리 국민 접종은 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이 생겨야 코로나 종식이 가능하다며 선진국들이 인구수의 몇 배가 되는 백신을 확보하는 이유는 물량 공급 차질이나 효과 등이 없을 것을 고려해 플랜B, 플랜C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400만 명분이 확약된 것도 아니고 그 중 실패할 백신도 있어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에 대한 기약도 확실치 않아 일상 복귀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국내 백신 도입 불확실성 커… 일상 복귀 2023년에나 가능할 듯"

    우리나라 백신 도입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모더나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국외 반출이 불가능하고, 화이자는 백신 원료가 부족해 내년에 10억 도즈도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 2배 이상의 백신을 선구매한 일본의 정상화가 2022년 4월께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2023년 이후에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우리나라가 선계약한 아스트라 백신은 미국에서 3상을 하고 있는데 승인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역당국이 미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더라도 국내 자체 허가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는 안전성과 효과 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백신을 인구의 10~20% 정도만 맞아서 면역이 형성되더라도 확진자가 줄어드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50~60%가 맞을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백신이 코로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최대한 빨리 준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