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억4000만km 떨어진 소행성 탐사 후 귀환했는데… 38만km 달 탐사 중국과 동격 취급
  • ▲ 소행성 '류구'의 표면 샘플이 담긴 캡슐.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쏘아 보낸 것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소행성 '류구'의 표면 샘플이 담긴 캡슐.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쏘아 보낸 것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시간으로 지난 6일 오전 2시 50분 호주 서부 우메리 사막에 직경 40센티미터의 캡슐이 떨어졌다. 일본 무인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이 든 캡슐이었다. 전 세계가 일본 우주개발의 성과를 칭찬했다. 그러자 같은 날 중국은 “무인 탐사선 창어 5호가 달 궤도에서 귀환선과 도킹했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했다. 두 탐사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임에도 국내 일부 언론은 이를 비슷한 수준인양 보도했다.

    인류 최초로 소행성 표면 샘플 채취한 뒤 귀환한 ‘하야부사 2호’

    ‘하야부사 2호’는 3억4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소형 소행성 ‘류구’에 갔다 돌아왔다. 비행거리는 52억 킬로미터였다. 지구 바깥의 천체에서 인공적인 폭발을 일으킨 것도, 소행성 표면 아래 지질 샘플을 채취한 것도, 그리고 자력으로 귀환한 것도 ‘하야부사 2호’가 인류 최초였다.

    일본은 2003년 5월 9일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1호’를 발사해 지구접근천체(NEO·Near Earth Objects, 지구 부근 소행성) ‘이토카와’를 충돌해 지질 샘플을 채취한 적이 있다. ‘하야부사 2호’는 그 후속으로 직경 0.9킬로미터의 NEO ‘162173 류구’를 목표로 했다. 2014년 11월 30일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2019년 2월 22일 ‘류구’에 착륙했다. 소형 폭탄을 표면에 터뜨려 인공 분화구(크레이터)를 만든 것은 4월이었다. 지질 샘플은 7월에야 제대로 채취했다.

    ‘하야부사 2호’는 ‘류구’ 표면 조사를 마치고 2019년 11월 지구로 출발했다. 2020년 12월 5일 지구에서 22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한 ‘하야부사 2호’는 ‘류구’의 지질 샘플을 실은 캡슐을 발사했다. 지난 6일 호주 우메리 사막에 떨어진 것이 이 캡슐이다. ‘하야부사 2호’는 지구에 오지 않았다. 다음 탐사목표인 소행성 1998KY26을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앞으로 11년 동안 100억 킬로미터를 더 여행할 예정이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성과는... 50년 전 미국·소련이 했던 일

    같은 날 중국 우주개발부처 ‘국가항천국’은 “무인 탐사선 ‘창어 5호’가 달 표면 샘플을 싣고 이륙, 궤도에서 귀환선과 무사히 도킹했다”고 밝혔다. 중국매체들은 “달 궤도에서 중국 우주선끼리 도킹에 성공한 것은 최초”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일부 한국 언론은 이를 전하며 “중국은 이번 탐사를 통해 미국에 이어 달 표면에 국기를 꽃은 두 번째 나라로 기록됐다”거나 “달 궤도에서 탐사선과 귀환선과 도킹한 것은 최초”라고 보도했다.
  • ▲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달 탐사의 주요 이정표는 표면 착륙, 지질 샘플 채취, 지구 귀환이다. 미국과 소련이 각각 1970년과 1969년 해낸 일이다. 달 표면에 충돌하거나 달 뒷면의 사진을 찍어 전송한 것은 그 이전이다. 1959년 10월 6일 소련의 ‘루나 3호’가 달 뒷면 사진을 촬영해 전송했다. 1966년 2월 3일 소련의 ‘루나 6호’가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고, 같은 해 4월 3일 ‘루나 10호’가 달 궤도에서 안정적인 비행에 성공했다. 소련은 1970년 9월 20일 ‘루나 16호’를 보내 달 표면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1970년 11월 17일 ‘루나 17호’와 ‘루노호트 1호’를 보내 무인 로버(지표면 이동장치)로 달 표면을 탐사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1966년 6월 2일 ‘서베이어 1호’를 달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같은 해 8월 14일에는 ‘루나 오비터 1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켰고, 1968년 12월 24일에는 ‘아폴로 8호’로 유인 달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로 사람을 달 표면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국은 ‘아폴로 17호’까지 6번 인류를 달 표면에 보냈다.

    중국 우주개발기술, 미국·러시아는 물론 일본에도 뒤쳐져

    앞서 말한 것이 진짜 세계 최초다. 중국이 선전하는 ‘최초’는 미국과 소련이 50년도 전에 했던 일을 중국인이 처음 해냈다는 뜻이다.

    중국과 미국·러시아의 기술 격차는 아직 남아 있다. 40년 넘게 달에 가지 않았던 미국은 민간기업 ‘스페이스 X’와 함께 달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유인 탐사선 ‘아르테미스 3호’를 달에 보내고, 2030년 이전에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이 과정을 모두 일본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9월 이미 무인 달 탐사선 ‘가구야’를 쏘아 올리고, ‘하야부사 2호’의 소행성 탐사를 높게 평가한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달에 사람을 보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우주전문가들도 지난해 7월 “중국이 달에 사람을 보내고 유인 기지를 세우려면 2035년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