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앞두고 444건 자료 불법삭제, 324건 복원… 법원, 조직적 증거인멸 인정
  • ▲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국 국장과 서기관이 구속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뉴데일리 DB
    ▲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국 국장과 서기관이 구속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뉴데일리 DB
    법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국 국장과 서기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료 삭제를 주도한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4일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산업부 문모 국장과 김모 서기관 등 2명에 대해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내부 문건이 담긴 컴퓨터 파일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삭제된 문건 가운데 324건은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됐으나 120건은 복구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모 국장은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며 기각했다.

    檢 "실체규명 방해" vs 문 국장 등 "자료 정리 취지"

    4일 오후 2시 30분께부터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문 국장 등 3명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경위가 담긴 각종 문건을 조직적으로 인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인멸해 실체 규명을 방해하려 했다고도 했다.

    이에 문 국장 등은 "산업부의 최종 의사결정이 나기 전 자료 등에 관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료는 정리하자는 취지가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또 김 서기관은 "삭제한 문건 중 월성 1호기 관련 문건은 별로 없다"며 "검찰에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비밀번호도 알려줬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심문 뒤 대전 교도소에서 대기 중이던 문 국장과 김 서기관은 곧바로 수감됐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라 검찰 수사는 본격적으로 청와대 등 윗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문 국장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측근으로 백 전 장관과 함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산업부 지휘 라인이다. 정 국장은 정 국장은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조기 폐쇄 계획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받았으며 각종 실무를 담당해왔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당시 문 국장과 정 국장 등 산업부 간부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측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해 달라고 여러 경로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소환하는 등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