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강화하려면 민간기업 육성해야 하는데… 거꾸로 국영부문 더 강화하는 '모순'
  • ▲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뉴시스
    ▲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뉴시스
    수십 년 동안 외국인투자와 대외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중국경제가 내수 위주로 눈을 돌린다.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불경기에 빠지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내수경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주요 구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부터 이른바 '국내대순환'(国内大循环)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전략을 자주 언급한다. 한마디로 중국의 성장동력을 중국 내 소비와 시장·기업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중국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와 바이트댄스 등 굴지의 대기업이 외국에서 저항을 받으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내수 위주 전환' 세부 내용 올 10월쯤 나올 듯

    WSJ은 "류허 부총리가 증권감독당국에 중국 증권시장을 기술력 있는 중국기업의 자금조달원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외에 아직 '국내대순환'의 구체적 그림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WSJ은 "기업은 확장을 꺼리고 가계는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2021년 이후 5개년 경제 청사진을 논의하면서 세부 계획이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된 2018년부터 미국산 반도체 의존율을 줄이기 위해 자국 연구소와 대학·기업에 투자해왔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 '국내대순환' 정책은 중국인들의 소비에 의존해 수출감소를 보전하겠다는 것인데, 중국의 소득이 선진국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화웨이 "반도체 공급 안 돼 전화기 생산 중단"

    문제는 당장 중국기업의 공급망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7일 류창둥 화웨이 CEO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기린 칩 생산을 9월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린 칩은 스마트폰 메이트 등 화웨이 기기에 들어가는데 미국·대만 등 국가의 반도체 회사들이 거래를 거부해 더이상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류 CEO는 "화웨이의 휴대전화사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우한코로나로 외국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그룹이 최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상품을 생산해 외국에 파는 중국 내 일본·한국·대만기업 중 85%가 이미 생산설비 일부를 중국 밖으로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수석이코노미스트 장밍 박사는 "국내대순환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중기적인 외부환경 변화가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WSJ에 말했다. 

    "中, 민간기업 키워야 하는데… 공산당 통치기반 흔들려 못할 것"

    WSJ은 또 내수 위주 정책이 외국기업들을 더욱 위축시켜 탈중국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WSJ은 "이미 시장접근 제한과 중국에의 기술 이전 압박 등에 불만인 외국기업들이 내수 위주 정책에 이탈을 서두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가 내수 위주로 재편되려면 역량 있는 민간기업을 키우는 등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국영 부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국영기업은 공산당의 통치 기반이다. 민간기업을 육성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WSJ은 한 중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국영부문을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좋게 만드는 것을 시급히 추진했다. 그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