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막기 위해 '무력진압' 자제… 가스총은 최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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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6명이 곡괭이 든 사람 하나 못잡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여 누군가 다치기라도했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졌을 겁니다."
-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유리창을 곡괭이로 깬 괴한 앞을 막아서고 있는 KBS시큐리티 요원. ⓒKBS노동조합 제공
KBS시큐리티 안전요원 A씨는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5일 40대 남성이 KBS 본관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유리창을 깨부순 사건을 두고 안전요원들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시큐리티 안전요원들이 괴한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먼저 대화를 시도했던 것은 추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말했다.
KBS시큐리티는 KBS의 핵심 방송시설을 방호하는 자회사로, 지난 5일 오후 시큐리티 안전요원 6명이 여의도 KBS 본관에서 곡괭이를 휘두른 괴한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A씨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분이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며 "따라서 곡괭이질을 멈추고 더 이상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그 분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퇴로 막고, 대화 유도… 자진 투항 설득"
A씨는 "일단 침입자 주변을 둘러싸 퇴로를 막고, 대화를 유도하면서 자진 투항을 설득했다"며 "일각에선 그 분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듣고 스스로 곡괭이를 건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정확히 설명드리면 시큐리티 요원들이 대화와 설득으로 곡괭이를 회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왜 바로 제압을 안 했느냐고 하시는데요. 그건 2차적인 얘기입니다.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상황에선 범인이 스스로 범행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범인을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 제압하는 거죠."
A씨는 "이날 현장에 출동한 요원들은 모두 베테랑이었다"며 "특수부대 출신도 있고 다들 무술 유단자라 침입자를 무력으로 제압하고자 했다면 간단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동한 요원들, 특수부대 출신 등 베테랑 포진"
A씨는 "그러나 자칫 힘으로 제압하려다 '과잉진압'이라는 오인을 받을 수도 있고, 침입자의 돌발 행동으로 제작진(황정민의 뮤직쇼)이 더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며 "그래서 최대한 자제하면서 그 분을 자극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물론 그 분이 스튜디오 진입을 시도했거나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면 매뉴얼에 따라 즉시 강력하고 신속한 제압에 나섰을 것"이라며 "다행히 그런 조짐이 없어 '조치 매뉴얼'대로 그 분을 안전한 장소로 유도한 뒤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A씨는 '곡괭이와 가스총을 소지한 남성이 함부로 들어올 정도로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는 말에 "시큐리티 안전요원은 청원경찰이 아닌 특수경비원이라 소지품 검사 등을 임의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청원경찰은 경비구역 내에서 수사권을 제외한 경찰의 직무 권한을 갖는데요. 특수경비원은 특별한 권한이 없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경찰 업무를 못하는 경찰인 거죠. 따라서 경비 보안에 관련한 체포·검문·수색 등을 임의로 할 수 없습니다."
"신변 위협 발생… 마지막 수단으로 가스총 발사"
A씨는 '침입자가 곡괭이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를 때 왜 가스총을 발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호 업무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A씨는 "가스총은 가해자로 인해 누군가 신변에 위협을 느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이번처럼 대화가 가능한 상황에선 성급히 가스총을 발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나중에 충분히 문제 사유가 될 수 있어요. 가스총을 한 번 쏘면 분사된 가스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여파가 생깁니다. 물론 가스총은 항시 휴대하고 있지만 함부로 발사할 수가 없습니다. 과잉진압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고요."
A씨는 '침입자가 흉기를 건네고 상황이 다 끝난 뒤에서야 뒤늦게 방패를 들고 온 안전요원도 있다'는 지적에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선발대는 가급적 기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패는 들고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각 근무지에 방패가 비치돼 있지만 그냥 뛰는 게 훨씬 빠르기 때문에 먼저 '5분 대기조'가 현장에 투입되면 나머지 잉여자원이 방패를 들고 따라오게 된다"며 "이날 대기실에 있던 요원들이 신고를 받고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KBS 재정 악화로 방호·순찰 인원 감소"
A씨는 "아쉬운 점은 원래 사건 현장(KBS 본관 2층)에도 근무자가 고정 배치돼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열화상카메라 근무가 많아져 그 자리에 있던 요원이 다른 장소로 이동한 상태였다"며 "만약 평소처럼 근무자가 있었다면 더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한 KBS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초소를 3개나 줄였다"며 "인원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시큐리티의 수익구조를 보면, KBS에 80% 이상 의존하는 구조이다보니 KBS의 재정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외부사업을 늘려 수익을 개선하려 해도 경비업계가 직접 고용 형태로 점점 바뀌어가는 추세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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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노조 "안전요원 '소극적 제지'… 더 큰 화 불러올 뻔"
- ▲ 파손된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 ⓒKBS공영노조 제공
앞서 KBS공영노동조합은 사건 당시 상황이 찍힌 CCTV 영상을 토대로 "곡괭이를 든 괴한이 난동을 부리는 데도 출동한 KBS시큐리티 요원들은 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자체방호가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6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통상 이런 종류의 테러사건이 벌어질 경우 KBS 시큐리티 요원들은 범인을 유인·제압하고 체포하는 방어전술을 펴야 하는데, 어느 요원 하나 가스총을 발사하거나 전자봉 혹은 방패 등으로 제압하며 범인을 체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만일 범인이 폭발물 등을 휴대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노조는 "KBS 건물은 현행 통합방위법상 대통령령 제28호에 따라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분류되는 만큼 철저한 방호계획이 필수적인데, 이번 사건으로 KBS 시큐리티 요원들의 허술한 경비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양승동 사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시큐리티 보안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건 발생 원인과 문제점 등에 대한 감사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