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서울시 성희롱 처리 시스템 문제 無"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위 구성" 발표
  • ▲ 서울시청 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 서울시청 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일부 서울시 관계자들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방조·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조직 내 성차별·성희롱을 없애기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는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시키겠다는 취지이나, 앞서 여성가족부가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어 '보여주기식' 행정처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외부서 '성희롱 근절' 논하겠다는 서울시


    서울시는 시청 내부에 존재하는 성차별·성희롱 관행 근절을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특위)'와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혁신위)를 구성 구성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특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외부위원으로는 여성·시민·청년단체 3명, 학계 1명, 교육 연구기관 2명, 변호사 1명, 노무사 1명이 참여한다. 내부위원으로는 여성가족정책실장, 행정국장, 감사위원장, 공무원노조 여성대표 2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성희롱·성폭력 신고와 처리 시스템 개선방안 △피해자 보호와 일상 복귀 지원 방안 △2차 가해 방지와 재발 방지 대책 △선출직 공무원 성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 등을 자문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위는 5급 이하 공무원 20명 내외로 꾸려진다. 참여 신청을 받아 5급 여성 공무원, 6급 이하 여성 공무원, 남성 공무원, 비서 근무 경력 공무원 등 4개 집단으로 운영한다. 이들을 통해서는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관행·제도 등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서울시는 특위와 혁신위를 통해 오는 9월까지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성추행 방조 혐의 받는 서정협 권한대행이 특위 공동위원장


    그러나 서울시의 취지와는 달리 시 안팎에선 응원의 목소리보다 "쓸데없다"는 회의론이 앞서는 분위기다. 여성가족부의 현장 점검 결과, 서울시의 성희롱 처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방조 혐의를 받는 서정협 권한대행이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8∼29일 이틀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현장 점검을 실시한 뒤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서 권한대행이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해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성추행 방조 혐의를 받는 서 권한대행이 피해자 보호 등을 논의하는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이 거세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조직하려던 민관합동조사단이 무위로 돌아간 뒤 자체적으로 뭐라도 해보자는 '보여주기식' 행정처리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사가 들어갔고, 여가부가 '시스템 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걸 서울시가 왜 다시 뒤적이는지 마땅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성연구원 관계자도 "(박 전 시장 사건처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은 내부적으로 지침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보다 피해자의 용기가 훨씬 더 필요한 사안"이라며 "직장 상사의 권위와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피해자가 이겨내야 하는데, 과연 자체적인 노력으로 이런 것들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매뉴얼을 만드는 것보다 박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이들이 전면에 나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며 지지부진한 경찰·인권위 조사부터 성실하게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