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니라면서… 반중 사이트로 댓글 연결되자, 놀라며 변명… 대형 사이트서 잇달아 발견
  • ▲ 네티즌들이 정리한
    ▲ 네티즌들이 정리한 "나는 개인이요" 모음. ⓒ유튜브 캡쳐.
    지난 2월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차이나 게이트’라고 이름 붙은 일에 네티즌은 물론 언론과 포털까지 발을 담갔다. 포털 뉴스의 댓글과 인기검색어 순위는 ‘차이나 게이트’와 관련한 진영 간 싸움터로 변했다.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한다” vs “나는 개인이오”


    문제의 글은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디시인사이드 우한갤러리(이하 디시 우갤)에 올라왔다. 자신을 조선족 중국인이라고 밝힌 필자는 “조선족과 중국인유학생이 SNS를 이용,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 등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중국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두 번째 글이 올라왔다. 이른바 "대깨문(대X리 깨져도 문재인 지지)을 외친다는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 조직은 없다"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청와대 청원에 '문재인 탄핵'이 올라오자 문 대통령을 자신들의 일부라고 생각한 중국 공산당이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합니다'라는 청원에 이틀 새 50만 명이 서명하게 만들었다" 등의 주장이 담겼다.

    자칭 조선족이라는 사람의 주장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파문은 다음 단계에서 일었다. 한 네티즌이 친여성향 인물의 SNS에 문 대통령 응원 청와대 청원을 촉구하는 댓글과 함께 중화권 반중 사이트로 강제 연결되는 URL을 링크시켰다. 그의 행동은 반쯤 장난이었지만, 이상한 댓글이 달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봐요, 나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해킹당합니다. 나는 그냥 개인이요. 미친 배신자들” “난 그냥 개인이요” “삭제 부탁드립니다” 등의 댓글은 한국인들이 평범하게 온라인상에서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파문이 확산했다. 특히 “나는 개인이요(我是个人)”라는 표현이 중국 온라인에서 널리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동타이왕(동태망) 댓글에 이어진 “나는 개인이요”


    중국어식 댓글을 단 사람들이 접속한 사이트는 ‘동타이왕(http://dongtaiwang.com)’이라는 중화권 반중단체의 허브였다. 에포크 타임스에 따르면, 동타이왕은 글로벌 네트워크 자유연맹(全球网络自由联盟)이라는 단체가 만들었다. 중국의 온라인 감시망 ‘황금방패(金盾)’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파룬궁, 신장-위구르 독립세력, 티베트 독립세력, 중국인권단체 등도 이 사이트를 이용한다.
  • ▲ 자칭 '대깨문'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타이왕. ⓒ동타이왕 홈페이지 캡쳐.
    ▲ 자칭 '대깨문'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타이왕. ⓒ동타이왕 홈페이지 캡쳐.
    이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 중국인이 귀국하면 공안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족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나는 개인이요”라고 댓글을 남기는 것은 “나는 저런 반공조직과 전혀 무관한 개인이다. 이건 실수로 접속한 것”임을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나왔다.

    다른 네티즌이 다른 사이트에서 이 방식을 따라 해봤다. 그랬더니 “나는 개인이요”라는 반응이 그대로 나왔다. 이에 네티즌들은 위구르 탄압 반대, 대기원시보, 홍콩민주화 지지 운동, 티베트 망명정부 홈페이지로 ‘함정 댓글(겉으로 표시된 주소가 아니라 숨겨 놓은 주소로 연결되는 하이퍼 링크)’을 만들어 온라인 곳곳에서 실험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회원이 수백만 명이라는 대형 여성 커뮤니티와 각 지역 맘카페, 자동차 관련 대형 커뮤니티, 패션 커뮤니티 등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댓글이 자동 삭제됐다. 운영자가 반중 사이트와 연결된 댓글을 단 회원을 직접 강제탈퇴시키는 커뮤니티도 나왔다.

    잠적한 친문 인플루언서 ‘김겨쿨’과 ‘핑꾸보쯍아’

    곳곳에서 “나는 개인이요”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친문성향의 여론조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트위터 사용자가 4600여 명의 팔로어들에게 함정 댓글에 비추천을 눌러 사라지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함정 댓글’을 리트윗하며 압박하자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가 몇 시간 뒤에 아예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김겨쿨(@comewithmesir)’ 이야기다.

    ‘김겨쿨’은 지난해 9월 조선일보 보도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일보는 “프로그램 돌린 듯 치솟아…‘조국 추천 수’ 드루킹식 작전 의혹”이라는 기사를 통해 김겨쿨이 제2의 드루킹이 아닌가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번에 네티즌들은 ‘김겨쿨’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 트위터 사용자 ‘핑꾸보즁아’도 찾아냈다. 그 또한 ‘김겨쿨’처럼 활동하다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자 계정을 폐쇄했다. 현재 해당 계정은 한국인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기사에 붙은 댓글 10만 개…누가, 왜 썼나
  • ▲ 네이버의 평범한 스포츠 기사에 달린 댓글 수. ⓒ네이버 뉴스 캡쳐.
    ▲ 네이버의 평범한 스포츠 기사에 달린 댓글 수. ⓒ네이버 뉴스 캡쳐.
    네티즌들은 네이버 뉴스에서도 이상한 부분을 찾아냈다. 2년 전 기사에 지금도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모두 한자라는 것이었다. 2018년 2월13일 ‘스타뉴스’가 보도한 “男쇼트트랙 임효준·서이라·황대헌, 1000m 예선 전원 통과”라는 기사였다. 

    기사에는 보도 당일부터 최근까지 간자체(중국식 한자) 댓글이 달렸다. 3월2일 현재 무려 10만3369의 댓글이 달렸다. ‘스타뉴스’ 홈페이지의 해당 기사에도 10만2124개의 간자체 댓글이 달렸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네티즌들은 "댓글 대부분이 기사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네이버 인기검색어에 ‘차이나 게이트’와 ‘나는 개인이요’를 상위권에 올리자”는 제안이 디시인사이드에서 나왔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2월29일 해당 검색어가 1위가 되는 듯싶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폰폰 심리 테스트’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결국 3월1일 ‘차이나 게이트’와 ‘나는 개인이요’가 네이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3월1일부터 친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이나 게이트는 일베충들이 조작한 내용”이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같은 날 국내 언론도 ‘차이나 게이트’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2일 현재까지도 온라인에서는 ‘차이나 게이트’의 진실 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중국이 한국 여론 조작하냐고 묻거든 우마오당을 보라

    ‘차이나 게이트’와 ‘나는 개인이요’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자 지난해 중국 스파이가 호주에 망명하면서 폭로한 내용, 미국으로 망명한 저원구이의 주장 등도 증거로 제시됐다. 

    그런데 중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은 사실 10년 전부터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대표적 사례가 우마오당의 군사조직화와 서울의 중국인유학생 폭동사건이다.

    중국이 우마오당(五毛黨, 50cent party, 0.5위안을 받고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사실은 10년도 전에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중국 내부 여론을 조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마오당을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에도 사용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2015년 4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 내부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우마오당은 1052만 명이었다. 그중 대학생만 402만 명에 달했다. 우마오당 가운데는 동북3성 출신 조선족중국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글로 ‘작업’한다.

    중화권 매체 보쉰은 2016년 6월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우마오당이 준군사조직처럼 편제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공산당은 우마오당을 5개 조직으로 재편해 지역본부 중심으로 운용한다. 인민해방군의 전구를 따라 한 것이다. 관리·감독은 새로 만든 중앙인터넷정보안전영도소조가 맡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휘한다. 

    대우도 달라졌다. 댓글 하나에 80원도 못 받았던 과거와 달리 최고 1만 위안(약 170만원)의 월급을 준다. 이는 상하이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 수준이다. [②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