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우리공화 '朴 탄핵' 입장차 극명… 황교안 대표 '결단' 내려야 후속 논의 있을 것
  • ▲ 보수대통합 논의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왼쪽부터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변혁 대표. ⓒ박성원 기자
    ▲ 보수대통합 논의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왼쪽부터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변혁 대표. ⓒ박성원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던진 보수대통합 제안에 통합 당사자인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우리공화당이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극명한 견해차를 내비친 것이다. 야권 재편의 흐름을 가늠할 황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빅텐트'를 거론하며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을 쐈다. 황 대표는 '한국당 간판을 내주고 새 간판을 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포함된다"고까지 밝혔다. 문제는 변혁과 우리공화당의 갈등이다.   

    유승민 변혁 대표는 지난 7일 신당기획단을 발족하면서 "보수 재건을 위한 3가지 원칙을 수용한다면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황 대표의 제안에 화답했다. 유 대표는 일관되게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가지 원칙을 보수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황 대표는 7일 유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둘이 만나 보수대통합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유 대표는 "보수 재건을 위한 대화 창구부터 만들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탄핵 넘자"… 조원진 "탄핵 찬성자와 함께할 수 없다"

    유 대표와 달리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지는 자세가 없다면 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7일 "황교안 대표가 자유우파 대통합을 말했는데, 결국 그것은 탄핵 주동자인 유승민에 대한 구애에 불과하다"며 "자유우파 통합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고, 지금 이 정국을 이렇게 만든 탄핵파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에 대한 진실 정의 규명을 확실히 하지 않은 보수대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배신자 역적을 앞세워 통합의 명분으로 총선을 치르면 백전백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수석대변인도 본지와 통화에서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한데, 통합을 위해서는 탄핵 5적을 먼저 핀셋으로 뽑아내듯 들어내야 한다"며 "탄핵 5적을 (우파세력에서) 배제하는 절차를 먼저 진행하고, 탄핵에 찬성한 62명의 의원에 대해서는 그 다음 논의를 통해 사죄한다든지 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의 방침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 황 대표가 하는 발언이나 진행상황을 보면 사실상 우리공화당이 아닌 유승민의 손을 잡은 것 같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공화당이 말하는 탄핵 5적은 김무성·권성동·김성태·유승민 의원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지칭한다. 

    변혁 "헌법적 판단 내려진 사안을 인정 못하면…"

    변혁 측의 생각은 우리공화당과 전혀 다르다. 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가지 원칙 중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의미에 대해 "나는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이 문제를 갖고 계속 서로 손가락질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물으면 보수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유 대표는 우리공화당과 통합에 대해 "탄핵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탄핵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보수 재건의 원칙에 당연히 벗어나는 행동"이라며 "뭉치기만 하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통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혁의 하태경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야권 재편 방식에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유 대표가 제시한 3가지 원칙을 수용하면 통합 가능하다"면서 "수구적으로 가는 재편인지 개혁으로 가는 재편인지가 중요한데, 우리 모두가 개혁적인 재편이 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과 통합에 부정적 인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국당 실무협상 이양수 "변혁 실무자와 협상할 것" 

    변혁과 우리공화당의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범야권이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이뤄 나갈지는 황 대표와 한국당의 결단에 달린 모양새가 됐다. 한국당은 지난 7일 통합 협의에 나설 실무진까지 발표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협상 방향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분위기다. 

    변혁·우리공화당과 실무협상에 나설 한국당의 이양수 의원은 8일 통화에서 "유승민 대표가 화답했으니 변혁 측에서 실무책임자를 선정하면 협상할 것"이라며 "변혁과는 협상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에 대해서는 "실무진이 나설 단계가 아니라 양당 대표님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제왕적 총재 시절에는 총재들이 결정하면 토 안 달고 따랐지만, 이제는 구성원들의 각자 의견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탄핵에 대한 입장이나 협상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느냐'는 질문에 "아직 당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황 대표께서 결단을 하시는 것이 먼저 이뤄진 후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진행될 것이다. 가이드라인이나 정해진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앞서 7일 최고위원회의 후 ‘탄핵 이슈’에 대한 개인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런 것들도 다 앞으로 협의해 나가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만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