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문
KBS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3인의 이사는 KBS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영방송이 정착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KBS는 올해 1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하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고 시청률과 광고수입 등은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KBS에 존립의 위기가 찾아왔는데,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이사회는 두 동강나고 말았습니다. 여권추천의 다수이사들이 야권추천 소수이사들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조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7월31일 소수이사의 퇴장 속에 통과된 <KBS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은 한마디로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한 다수의 운영규정입니다.
첫째로 이사가 의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퇴장시킬 수 있는 ‘의장의 퇴장명령권’이 신설돼 명문화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분명히 철회되어야 마땅합니다.
편파진행을 하는 의장에 대해, 이사들은 언제든지 항의하거나 중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새로 만든 이 규정에 따르면, 그럴 경우 바로 퇴장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방송법에서 동등한 의무와 지위를 부여받은 이사들끼리 누가 누구에게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견이 있으면 정회를 하고 이견을 조정한 뒤 회의를 속개하면 될 일인데, 굳이 이 같은 퇴장규정을 명문화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다수이사의 뜻에 따른 회의진행을 묵시적으로 강요하고 소수이사의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왜 이 같은 악성 조항을 만들었겠습니까. 그 동안의 이사회 회의를 돌아보면, 다수와 소수이사는 대부분 사안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며, 바라보는 관점도 다릅니다. 그래서 항상 이견이 발생하게 돼 있습니다.
이사 목소리 억압하는 퇴장명령 철회하라!
둘째, 듣도 보도 못한 보조동의안 제출 조항 역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1인 이상의 재청으로 바로 토론종결이나 심의연기를 할 수 있는 악성 조항입니다.
다수는 언제든지 토론종결을 요구해 표결을 통해 더 이상의 논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의 청와대 외압의혹이나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의 공정성 논란 같은 논의는 앞으로 KBS이사회에서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조항은 소수에게는 어떤 이득도 주지 못합니다. 소수는 다수의 발언을 막으려 해도 표결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기울어진 조항이 어떻게 버젓이 이사회 규정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이사회는 다수를 위한 놀이터입니까.
다수횡포 보장하는 보조동의안 철회하라!
셋째, 이사의 의무조항을 신설해 비공개회의 내용을 평생토록 발설하지 말라고 규정한 조항도 악성입니다.
비공개회의 내용이라도 국민들이나 언론에 알릴 수 있는 건 알려야 합니다. 서로 합의된 비공개정보는 알리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동안의 회의를 보면, 알리지 말아야 할 비공개회의는 사실상 없습니다. 대부분 사내에 알려진 뒤 이사회에는 가장 늦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조항을 왜 신설했겠습니까.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소수이사의 입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입니다.
이사활동 방해하는 의무조항 철회하라!
우리는 KBS 이사회의 이 같은 독재적 운영규정 도입이 KBS 문제점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이해합니다.
KBS는 국민의 방송입니다. KBS의 문제점은 국민이 알아야 하며, 국민에 의해 수술되어야 합니다. 소수의 목소리가 보장되는 KBS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또 방송법의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KBS 이사회운영규정>의 이 같은 악성조항이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유권해석해줄 것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2019년 8월 5일
KBS이사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