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방국 명단'서 한국 제외… "안보상 이유로 무역제재 가능" GATT 21조 해당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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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화학제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며, 자유무역을 천명한 G20 합의에 무색한 모순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반일감정만 담았을 뿐, 국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WTO 협정의 실체를 잘 모르고 꺼낸 정치적 구호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일본은 이미 우리 정부의 WTO 제소에 대응할 논리를 갖추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말한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이뤄져온 조치를 수정한 것일 뿐 WTO 협정에 맞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 이유다.WTO 회원국들이 준수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를 보면, '안보상의 이유로 무역제재를 가하는 조치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나와 있다. GATT는 WTO로 대체되기 전까지 전세계 120여개 국의 무역 협정이었고, 1995년 출범한 WTO는 이를 계승했다.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명단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해 수출규제를 정당화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영국 등 27개국과 함께 포함됐던 일본의 우방국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일본 경제산업성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해 바꿔야 할 법령 개정안도 공개했다.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화물에 대한 허가특례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일본은 당장 4일부터 수출규제에 나설 예정이다.불리한 한국... '양자합의' 요청하는 데만 1년 걸려일본을 WTO에 제소할 방침인 우리 정부는 '다른 가맹국에 대한 수출 및 수입에 제한조치를 하면 안 된다'고 정의한 GATT 11조에 주목한다. 하지만 실제 제소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장을 제출하면 다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법률검토를 거쳐야 하며, WTO 분쟁 해결 절차상의 첫 번째 조치인 ‘양자협의’를 일본에 요청하기까지도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일각에서는 양국이 소송 등 분쟁 절차에 들어갈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다. 이 사이 양국 업계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으며, 외교정치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조건 한국은 지는 싸움"이라며 다음과 같은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1. 경제구조가 우리가 가치사슬의 상부(upstream)를 일본에 의존하는 바가 훨씬 큼.2. 일본은 수출의 경제성장 비중이 30%에 불과한 내수가 큰 나라지만, 한국은 수출이 어려워지면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는 나라임.3. 일본은 안정된 관료사회를 바탕으로 프로들이 이끄는 사회이고, 한국은 단임정부의 무지한 아마추어들이 통치하는 국가여서 지식수준에서도 매우 딸림.4. 원인 제공(강제징용 판결)을 한국 정부가 했다는 것과 미일관계가 돈독하다는 것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음.5. 여권에 일본과 말 통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도 약점등이다."정부, 무책임한 움직임뿐"… "文대통령이 책임져야"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연석회의에서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WTO 제소를 하면 일본의 조치가 풀리고, 우리 산업에 대한 치명상 우려가 없어지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도 화웨이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알아서 대처하라는 것인지 무책임한 움직임뿐"이라고 지적했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이 사태를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의 문제로 보고 한일 간 안보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일본은 이번에 무역보복을 당장 철회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대한민국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마당에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민주당은 일본의 이번 조치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차원의 투자 지원을 약속했다. 일을 벌여놓고 침묵하는 청와대 대신 기업 달래기에 나서는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셈이다.1조 투자한다는 민주당… 이준석 "북한 '자력갱생' 따라 하냐"이해찬 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외여건이 어려운 만큼 동원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민관 공동대책 수립 등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일본의 조치에 맞선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 고위인사들은 머리를 끄덕였다.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투자를 현재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중"이라며 "이달 중 경쟁력 강화 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친 김에 항공기도 개발하겠다고 해서 에어버스와 보잉도 물리치고, CPU도 개발해서 인텔과 AMD를 물 먹이는 것도 민주당이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이 상황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자력갱생'(북한의 경제정책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