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손·김, 당 이끌 자격 없어"…'오신환 교체' 저지

바른미래당이 24일 국회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결정,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사·보임 관련 서류 접수처인 국회 의사과를 사실상 점거하고 인편 서류 접수를 원천 봉쇄했다.

이날 오후,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서류를 제출한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유의동·하태경·오신환·지상욱·이혜훈 의원은 직후, 국회 의사과를 찾아가 당 사무처의 서류 접수를 막았다. 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거센 비판도 날렸다. 

유 전 대표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더 이상 당을 이끌 자격이 없다"며 "김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을 사·보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은 민주화를 자부하는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대표 등은 당의 사·보임 강행을 막기 위해 의사과에서 밤샘 농성이라도 벌일 태세였다. 그러나 팩스 제출이 가능하다면 진을 치는 것과 관계 없이 접수는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은 "팩스로 사·보임 서류를 접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인편으로 받는 전례대로만 하겠다고 답하면 돌아가겠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사과 측은 논의 끝에 국회사무관리규정의 '소속기관의 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며 문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팩스로도 접수가 가능하다"고 했다.

사·보임 당사자인 오신환 의원은 "전례가 없던 일을 이 조항으로 받겠다는 것이냐"며 "이렇게 의회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도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뭐라고 할 것 같으냐"고 했다.

유의동 의원도 "팩스 1장에 대한민국 운명이 결정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대적인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양측의 실랑이는 저녁 8시 반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팩스 접수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유 전 대표 등은 당내 의원들과 함께 내일 의사과가 업무를 시작하는 9시 이전에 다시 진을 치고 사·보임 강행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충분히 빠른 시간에 와서 우리들이 막아내도록 하겠다"며 "만일 팩스나 평소에 안 하던 방식으로 접수가 처리됐다고 하면 바로 국회의장을 찾아 국회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승인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 의원은 "팩스 접수가 되더라도 국회의장께서 결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김 원내대표가) 불법 행위를 강행하면 적법한 사·보임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법적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25일 사개특위 전체회의는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오 의원을 채 의원으로 교체하려면 사·보임 서류 처리를 늦어도 오전 10시까지는 의사과에 접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