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사실상 붕괴, 임명 위한 '협의' 불가능…"'협의'는 필수 아냐" 해석도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번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예고하고도 정작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실행에 옮기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능력 자체를 상실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손 대표가 정무적 이유로 임명을 약간 미룬 것이 아니냐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린다.

    손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의는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기다림이) 거의 끝나가니까 숙려기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현재 바른정당계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4·3 보선 패배 이후 손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주장하며 8일부터 최고위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17일 손 대표는 최고위를 통해 바른정당계 3인에게 "주말까지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3인이 주말까지 미복귀할 경우 손 대표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고, 그러한 조치로 22일 최고위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점쳐졌다. 3인이 지난 주말 당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더욱 뚜렷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최고위를 구성하고 있는 7명(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중 3명의 불참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매주 3번 열렸던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파행을 거듭했다. 최고위는 최고위원 과반(4명)이 참석해야 의결 정족수를 맞출 수 있는데, 바른정당계 3인에 1명만 더 불참하면 최고위가 사실상 식물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실제 22일 권 정책위의장이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 손 대표는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석을 하루빨리 지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명 지명으로 최고위 최대정원인 9인 체제가 될 경우, 최대 4명이 불참해도 최소 과반인 5명으로 의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고 싶어도 임명할 능력 자체를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 대표가 최고위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려면 최소 과반인 최고위원 4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바른정당계 3명을 포함해 권 정책위의장까지 손 대표 체제에 등을 돌렸다면 손 대표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 퇴진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권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손 대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없다"며 "(권 정책위의장 불참으로) 손 대표가 최고위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졌다. 최고위 자체가 붕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 제2조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지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결'이 아닌 '협의'라고 쓰여 있지만, 당 관계자에 따르면 비록 '협의'라 해도 그간 바른미래당에선 관례상 4명 이상의 최고위원이 모여 안건을 처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상호 바른미래당 기획조정국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최고위원회 협의나 처리를 할 때 관례상 당 대표를 포함해 4명일 때 처리했다"며 "예외를 따지면 끝이 없는데 지금까지 예외적 상황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7인 체제에서 3명만 참석했을 경우 협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별히 어떤 일이 있어 불참하는 경우에는 사전 동의를 구한 경우에 한해 협의 처리를 한 적은 있다"고 했다.

    박 국장은 '협의라도 의결처럼 최고위원 과반 이상으로 해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하태경 의원은 이같은 해석을 바탕으로 '최고위 붕괴'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당내에서는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이번주 안으로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협의할 최고위원 다수가 의도적으로 불참하고 있어, '의도적 협의 거부'와 같은 비상사태로 판단하겠다는 견해다. 또 당헌당규상 '협의'를 위한 최고위원의 숫자나 비율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도 아니다.

    협의할 때 최고위원 과반이 출석해왔던 것 역시 '관례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당 대표 고유권한으로 지명직 최고를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위 파행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 바른정당계 3인이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최고위에 불참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손 대표가 22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하지 않은 것은 임명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의 명분을 두텁게 하려는 정무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최고위에서 협의할 최고위원들이 의도적으로 자리에 나오지 않는 비상상황에서 지명권을 갖고 있는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며 "비상사태에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부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들과 협의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손 대표의 이번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확정적"이라며 빠르면 다음 최고위가 예정된 수요일(24일), 늦어도 금요일(26)에는 임명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임재훈 의원·이동섭 의원·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