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대상 적시 않고 '방문' 형식으로 들어가 사실상 '수사'…김도읍 의원 "시민단체 눈치보기"
  •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순수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육군과 해군에 팩스로 “부대를 방문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뒤 실제로 몇몇 군부대에 들어가 장병들을 만나 ‘조사’를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인권센터’ 측은 2016년부터 2019년 3월까지 육군 제17사단, 제27사단, 해군 2함대 사령부에 ‘공문’을 보낸 뒤 부대를 찾았다고 한다.

    민간단체라고 하더라도 장병을 면회하는 형식으로 찾아와서 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면회도 국방부 훈령 제2088호 부대관리훈령에 따라야 한다. 훈령에 따르면, 면회는 부대임무 수행 상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가되며, 원칙적으로 영내 면회실에서 해야 한다. 또한 면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군 생활을 한 사람이면 다 아는 형태의 면회다.

    그런데 국방부가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군 인권센터’의 면회 방식은 조금 달랐다. 국방부는 ‘군 인권센터’가 육군 제17사단, 제27사단,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른 부대에는 ‘군 인권센터’가 방문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육군 27사단은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2시 무렵 사단 사령부 행정실로 ‘군 인권센터 육군 27사단 방문면담 계획 통보’라는 팩스를 받았다. ‘군 인권센터’의 통보는 사단장에게 전달됐고, 부대 출입이 허용됐다. 부대에 들어온 ‘군 인권센터’ 관계자 2명은 사단 인사참모와 함께 제보를 한 해당 대대로 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대대본부 4층 북 카페에서 병사 65명과 면담을 했다고 한다.

    육군 17사단 “면회대상 없는 면회 불가”하자 군 인권센터 규탄시위


    해군 2함대 사령부는 지난 2월 25일 ‘군 인권센터’로부터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했다”며 사령관 면담을 요청하는 팩스를 받았다. 팩스에는 임 소장을 포함해 센터 관계자 3명의 출입을 요청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해군 2함대 사령부는 2월 27일 ‘군 인권센터’ 관계자들의 부대 출입을 허용했다. 이날 임 소장과 ‘군 인권센터’ 관계자 1명은 2함대 예인선을 타고 이동해 수병 2명, 간부 1명과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 ▲ 2013년 11월 7박9일 동안의 천리행군을 마치고 복귀하는 육군 제17사단 수색대대 장병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11월 7박9일 동안의 천리행군을 마치고 복귀하는 육군 제17사단 수색대대 장병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육군 17사단의 경우, ‘군 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이 지난 2월 26일 사단장에게 개인 전화로 연락해 “부대 내에 인권침해 사례가 있으니 피해자들을 방문 면담하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때 임 소장은 ‘면회대상자’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17사단은 부대관리지침 상 면회절차에 따르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부대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지휘관 면담 이외의 부대 출입을 불허했다.

    육군과 해군 부대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재량에 따라 ‘군 인권센터’ 관계자들의 부대 출입을 허용한 것이지만, 국방부 훈령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육군 17사단의 지적처럼 ‘시민단체’가 불특정 다수를 면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조사나 다름없다. 이런 직권조사가 가능한 조직은 정부 기관 가운데도 국방부 소속 감찰기관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정도뿐이다. ‘군 인권센터’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군부대에 함부로 출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다(국방부 출입기자들 또한 사전 승인을 받지 못한 곳에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군 인권센터’는 육군 17사단이 방문을 불허한 뒤 3월 4일 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한 육군 27사단과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았을 때는 사단장 등 지휘관에게 “언어폭력 등이 확인됐으니 관련자를 보직 해임하고 조치 결과를 회신하라”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니 국방부 회의에서 이를 지적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김도읍 의원실 측은 “아무런 권한과 자격도 없는 민간단체에게 군부대 출입과 불특정 다수 면담을 허용한 것은 시민단체 눈치 보기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