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때도 열지 않았던 ‘전쟁 식량’… 주민 40% 영양실조 “내부 불만 최고치”
  • ▲ 두만강 인근에서 쌀가마를 옮기는 북한군. ⓒ프리NK 관련보도 화면캡쳐.
    ▲ 두만강 인근에서 쌀가마를 옮기는 북한군. ⓒ프리NK 관련보도 화면캡쳐.
    김정은 정권이 재난 대비용으로 비축했던 식량을 시중에 풀었으며, 지금과 같은 경제악화 추세라면 군량미까지 풀 가능성이 높다고 <중앙일보>가 15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재난대비용 식량’은 ‘5호 창고’에, ‘군량미’는 ‘2호 창고’에 비축하고, 각각 노동당과 인민군이 맡아 관리한다. ‘5호 창고’는 과거에도 한두 차례 열린 적 있지만, ‘2호 창고’는 김정은 집권 이후 단 한 번 개방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로 몇 달 전부터 ‘5호 창고’를 열어 곡식을 장마당에 풀었다. 소식통은 “5호 창고는 재난재해 구호에 대비해 비축하는 식량을 가리키는 북한 용어로, 이 창고를 개방하는 일은 드물다”면서 “5호 창고에 있는 식량이 조만간 고갈될 것으로 보여 ‘2호 창고’를 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2호 창고는 전쟁 때 쓸 식량으로 이곳을 개방한 적은 거의 없으며, 여기 식량을 빼돌린 당 간부는 총살형에 처할 정도로 북한 정권이 중시하는 곳”이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이 창고는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호 창고’는 2013년 단 한 번 개방됐다. 2013년 5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김정은이 2013년 3월부터 ‘2호 창고’에서 식량을 대량방출해 주민들에게 배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갑자기 집권하게 된 김정은이 만성적인 식량난과 주민들의 불만을 한꺼번에 해소하기 위해 ‘군량미’를 풀어 배급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5호 창고’ 개방에 이어 ‘2호 창고’ 개방설까지 나도는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갈수록 나빠지는 식량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3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내놓은 ‘대북지원 전략보고서: 2019-2021’을 소개했다. WFP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에 거주하는 북한주민의 40%가 심각한 만성영양실조에 시달리며,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환자 등에게 영양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2월11일 내놓은 보고서 ‘2019 북한의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또한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의 43%에 달하는 1090만 명이 만성적 영양부족과 식량공급 불안에 시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