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실언에 지방의원 폭행사태까지 겹쳐 몸살을 앓는다. 이해찬 대표는 최근 당 구성원들을 향해 공직자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며칠 동안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인데,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과 정부는 20대가 직면한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근현대사 질곡을 헤쳐나온 힘은 청년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신한청년당은 20대 독립운동가들이 주축이었다"고 말했다. 역사 속 청년의 정치적 영향력을 치켜세우면서 20대에 대한 당의 견해를 에둘러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훈-홍익표 잇달아 20대 비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토론회에서 20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거의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反共)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와 관련해 "20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논란이 불거진 것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민주당 소속 서울 강북구의회 최재성 의원은 지난 22일 주민센터 인근에서 자신보다 17세나 나이가 많은 동장 조모 씨를 때려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 소속 경기도 과천시의회 박상진 의원이 국외연수를 빌미로 자신의 부인과 자녀들이 생활하는 캐나다 몬트리올을 다녀와 외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19일 "당원과 공직에 있는 분들은 언제나 어항 속에서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로 당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지 않도록 다시 한번 당직자와 당원, 공직자께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수혁 의원의 '방위비 막말'과 소병훈 의원 비서의 '통구이 비하' 논란이 불거졌던 시점이었다. 이 대표는 조만간 대표 명의의 특별 메시지를 통해 기강 해이를 다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20대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당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의 '20대 교육' 발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나 집권당의 인식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이념의 잣대로 갈라치고, 이념과 독선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모습을 국민이 앞으로 얼마나 참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친공인가… 왜곡된 인식 처벌해야"
정현호 비대위원은 "20대 청년들이 정유라 사태 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그런 청년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에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라며 "공산주의 반대 교육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면 민주당은 친공인가.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거나 사회문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처벌받거나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회의에서 "이쯤 되면 민주당의 청년인지감수성 결여는 어느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DNA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 100년 집권과 같은 오만함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한국당이 형편없기 때문에 100년 집권하는데 구태여 청년층 목소리에 왜 귀를 기울이냐는 식의 오만에서 이런 망언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반공교육이 작금의 민주당에 대한 젊은세대의 비토 원인이라니 황당하다"며 "그렇다면 젊은세대가 주도한 탄핵과 2017년 대통령선거 결과 또한 반공교육의 산물인지 되묻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지독한 세뇌 반공교육을 했길래 2018년부터 타이머가 작동하도록 교육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부 "말 신중히 해야… 20대는 교육 잘 받아"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에 따른 자성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상대적으로 논란과 거리가 먼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의 실책에 위기감을 느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김해영 민주당 청년부문 최고위원은 "국회의원들은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잘난 사람이 아니라 국민이 심부름하라고 시킨 자리"라고 지적했다.
민홍철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오늘의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을 잘 받은 세대"라며 "정치는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엉뚱한 처방만 내놓는다"고 문제를 일으킨 자당 의원들에 날을 세웠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전통적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20대가 최근 들어 이탈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20대의 긍정평가는 전 주에 비해 10%포인트 급락한 41%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8%포인트 오른 45%를 차지했다.
일각에선 20대 청년 지지층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이 시대흐름과 동떨어졌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2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설훈·홍익표 의원의 발언은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더 이상 경험이나 이론 같은 것이 (20대에게) 전수되지 않는 것"이라며 "'꼰대들의 계몽을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들만의 가치관이 있고 기준이 있다' 이런 생각들이 있는데 낡은 관습을 가지고 계몽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