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새 강의… "사용 안해도 핵 보유 인정할 땐 국제질서 요동"
  • ▲ '김영호 교수의 세상 읽기' 유튜브 영상 캡처ⓒ
    ▲ '김영호 교수의 세상 읽기' 유튜브 영상 캡처ⓒ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북핵 해결 방안 중 한가지로 언급되고 있는 '파키스텔 모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28일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에 '북한 핵보유 인정하고 사용은 못하게 하는 파키스탄 모델 안된다'라는 제목의 강의를 올렸다.

    김 교수는 '리비아 모델' '남아공 모델' '파키스탄 모델' 등이 북핵 해결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리비아 모델'은 핵 폐기 후 여러가지 혜택과 보상을 미국으로부터 선물처럼 받는 형식이다. 해당 모델은 완전 폐기 방식으로 가장 바람직하지만 북한의 반대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아공 모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백인정권에서 흑인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그 나라가 갖고 있던 전술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형식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없는 북한의 현 상황에서 미국이 본 모델을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지막 남은 '파키스탄 모델'은 핵 보유를 인정하되 사용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여섯 번의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 등장했다. 현재 약 6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의 핵 무기는 인도를 견제할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리비아식 모델'로 북핵 해결에 진척이 없자 '파키스탄 모델'을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으로 파악된다. 미 인터넷 신문 '박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미북 제3차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에게 핵무기와 핵물질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리스트에는 모든 핵무기 폐기가 아닌 60%만 우선적으로 폐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교수는 "파키스탄은 인도를 견제할 목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으나, 북한의 경우 정치적 위협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북한에게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면 패권적 지위가 더욱 약해질 것"이라며 "'파키스탄 모델'의 북핵 적용은 21세기 국제정치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강의는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https://www.youtube.com/watch?v=jmxzGO4Gt0Q)' 또는 '뉴데일리TV(http://tv.newdaily.co.kr/)'에서 볼 수 있다.
  • [전문] 

    - 북한 핵보유 인정하고, 사용은 못하게 하는 ‘파키스탄 모델’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핵 해결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어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이나 외국으로 실어내어 폐기하는 ‘리비아 모델’은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좌관 존 볼턴이 공개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는 모델이다. 다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백인정권에서 흑인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그 나라가 갖고 있던 전술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은 ‘남아공모델’이 있다. 북한에게 남아공모델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리비아모델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북핵 위기가 장기화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숫자가 증가하면서 북한에게 핵 보유를 인정하되, 사용은 못하게 하는 ‘파키스탄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이 모델은 과거 북한이 6자회담에서 비공식적으로 미국 대표단에게 거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폼페이오 장관이 미북 제3차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북한에게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은 핵무기의 경우 모든 핵무기의 폐기가 아니라 그 중에서 60%만 우선적으로 미국이나 해외로 보내서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미국의 인터넷 신문 ‘박스뉴스’(Vox News)의 특종 보도로 알려지게 되었다. 2018년 8월 국회 정부위원회에 출석한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 핵무기의 60% 폐기를 제1차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그 대안으로서 북핵 일부 폐기와 일부 보유를 인정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안은 ‘파키스탄 모델’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되, 사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여섯 번 핵실험을 통해서 사실상(de facto) 핵보유 국가로 등장했고, 현재 6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그 핵무기는 인도에 대한 억지용으로서의 목적을 갖고 있다. 인도가 제2차 핵실험을 한 직후 파키스탄이 이에 대응해서 바로 핵실험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에서도 인도-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경쟁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파키스탄이 핵 기술을 해외에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 나라의 핵 개발의 최종 목표는 인도로 향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핵을 부유할 경우 파키스탄과 달리 그 핵무기를 군사적 목적 외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확실하다. 이 점에서 북핵 협상에서 파키스탄모델을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것은 북핵이 갖고 있는 군사적 위협과 동시에 정치적 위협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핵무기가 갖고 있는 살상력 때문에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북핵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위협 요인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무기가 갖고 있는 정치적 목적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김정은과 그 지배계급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북한 핵무기는 조선노동당 규약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남한의 적화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수단이다. 북한은 ‘혁명적 전체주의체제’로서 남한의 적화 통일이라는 것을 빼고서는 존속할 수 없는 체제이다. 나아가 북한 핵무기의 목표는 남한을 핵공갈로 협박하여 한국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그 최종적 대상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되,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파키스탄 모델’은 북핵이 갖고 있는 군사적 측면만 생각하고 그 정치적 위험 요인들을 무시한 아주 잘못된 북핵 해결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미국이 ‘리비아모델’을 추구하지 않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파키스탄모델’에 만족할 경우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위신은 크게 추락할 것이다. 이것은 패권국가로서 미국이 국제정치질서를 유지하는 정당성을 크게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쇠퇴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파키스탄모델’을 용인할 경우 일본, 한국, 대만으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이 빤하다. 이런 도미노현상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북한에게 파키스탄모델을 적용할 경우 전후 미국이 만들고 냉전과 탈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이 70년간 유지해온 동북아 국제정치질서에 질적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트럼프행정부가 2017년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얘기한 것처럼 중국은 미국의 패권질서에 도전하는 ‘질서교란국가’(revisionist state)이다. 중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중국을 동북아에서 지역패권국가로 등장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헨리 키신저의 지적처럼 글로벌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적 패권국가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지역적 패권국가가 될 경우 중국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파키스탄모델은 21세기 국제정치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핵 문제 단순히 남북한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패권과 21세기 미중 ‘냉전 2.0’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국제공조를 벗어나서 남북한 민족공조론과 반미친중(反美親中)에 서서 북한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이 갖고 있는 군사적 위협과 동시에 정치적 위험 요인들을 고려할 때 ‘파키스탄모델’은 한국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김영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